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커넥티드 차량에서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23일 발표한다. 이와 함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전방위로 확대 적용해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기술·서비스 유입을 차단하는 강력한 대중 견제 정책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방위로 중국을 옥죄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커넥티드 차량에서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순차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23일 제안할 예정이다. 커넥티드 차량은 자동차가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운전자에게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내비게이션과 위치 정보 공유는 물론 자율주행이나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미국은 그간 중국이 자국산 소프트웨어 등에 침투해 커넥티드 차량을 원격 조종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인프라와 운전자 정보 등을 해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왔다.
미 상무부는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 차량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소프트웨어는 2027년식 차량부터, 하드웨어는 2029년 1월부터 금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큰 자동차 산업 공급망에 대거 혼란이 예상되며 한국 자동차 기업도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공급망을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그간 관련 규제를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이 되는 부품과 서비스로 한정하고 유예기간을 달라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한층 강화된 대중 견제 정책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해외 기업도 미국 기술이 담긴 장비 등을 중국에 팔기 위해서는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FDPR을 지금보다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은 일본 및 네덜란드와 수개월간의 협상을 통해 일본·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이 FDPR의 면제를 받되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 및 서비스 제공을 크게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의 합의는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당국자들은 여전히 중국의 보복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고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네덜란드의 ASML과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등 대규모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새로운 수출 통제가 시작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18일 내년도 ASML의 중국 매출이 2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13.6% 낮췄다.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 말 만료되는 중국 내 ASML 서비스·예비 부품 제공 라이선스를 갱신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품목이 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도 미국의 새로운 대중 제재에 포함될 수 있다. 앞서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세계에 HBM을 만드는 기업이 3개 있는데 그중 2개가 한국 기업”이라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과 동맹들의 수요에 맞도록 이러한 능력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