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랙리스트는 저항 수단” 억지 접고 협의체서 의료개혁 논의해야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혐의로 사직 전공의 정 모 씨가 구속되자 의사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 씨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블랙리스트 유포를 “정부의 초법적 조치에 대한 저항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의사회는 규탄 집회까지 열고 “북한 수준의 인권 유린”이라고 강변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1일 구속된 전공의를 ‘피해자’로 지칭하면서 “정부가 의사들 사이를 다 결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감한 개인 정보를 함부로 유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블랙리스트에 신상이 공개된 의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인기피증을 겪거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의사들 사이에서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의사 죽이기’라는 식으로 주장하면서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퍼트린 사직 전공의를 구속한 것은 범죄행위가 소명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강경파 의사들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구속은 공권력 남용”이라며 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려 하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다른 직역단체에 대한 의사단체 임원들의 막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간호법 제정안 공포 환영’이라는 제목의 간호협회 보도자료를 캡처해 올리며 “그만 나대세요. 건방진 것들”이라고 썼다. 합리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같은 비현실적 요구만 계속 고집하면 의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만 키우게 된다.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 개혁 방식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환자들 곁으로 돌아오고 공개 테이블에 나와 주장하고 협의해야 한다. 의사들은 억지 주장을 접고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해 열린 자세로 2026년 이후 의대 증원 규모, 필수·지역 의료 확충, 응급실 의료 인력 부족 해소, 의료 수가 보상 체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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