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신' 대출 조이기도 피해갔다…분양·입주권 거래량 급증

8월 서울서만 135건●50% 껑충
주담대 금리 인상 등 대출규제로
아파트 매매량 소폭 감소했지만
치솟는 공사비에 신축 선호 강화
서울 공급물량 감소 전망도 한몫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대출 규제 여파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줄어든 가운데 입주·분양권 거래량은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지만 구축보다 가격 상승과 방어가 뛰어나고 최신 커뮤니티 시설을 누릴 수 있는 신축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8월 입주·분양권 거래량은 135건으로 7월 90건 대비 50% 증가했다.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매매 시장이 위축된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대단지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과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의 전매 제한이 풀린 점도 입주·분양권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서울 지역 8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5574건으로, 7월 아파트 매매량(8838건) 대비 3264건 감소했다. 8월 아파트 매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감안할 때 증가할 수 있지만 7월 수준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입주·분양권 수요가 증가한 것은 신축 선호 현상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축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가격도 더 가파르게 오르고 하락기에는 가격 방어가 뛰어나다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서울 신축 아파트 가격이 3.6% 오르는 동안 구축 아파트 가격은 신축 상승률의 3분의 1 수준인 1.2% 상승에 그쳤다. 향후 신축 공급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입주·분양권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5년 2만 5700여 가구를 기록한 후 2026년부터 1만 가구 아래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에 입주·분양권 시장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적용돼 열기가 한풀 꺾인 9월 부동산 시장에서도 뜨겁다.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 8일 전고점보다 1190만 원 오른 10억 5000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 전용 84㎡ 분양권도 지난 6일 전고점 대비 4471만 원 오른 10억 8023만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신축 선호 현상으로 인해 최근 청약 시장도 뜨겁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7~8월 서울에서 총 8개 단지가 1775가구를 모집(특별공급 제외)한 가운데 1순위에 청약통장 23만 8732개가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134.5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8월) 평균 97.7대 1의 경쟁률 기록과 비교하면 약 1.37배 증가한 수치다.


치솟는 공사비로 인해 분양가 자체가 상승한 점 역시 신축 선호 현상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4401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 상승했다. 6월 4190만 원에 이어 연속으로 4000만 원을 웃돌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000만 원대였지만 2023년 1월 3068만 원을 기록한 뒤 1년 6개월 만에 4000만 원 대로 올라섰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급등, 분담금 등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지고 지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재건축 대신 신축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서울 공급 물량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 돼 신축 선호 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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