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살해 사체 은닉…16년 만에 범인 검거

살해 후 베란다 암매장 후 8년간 거주
집주인 누수 공사 과정서 범행 덜미

동거녀 살해 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야외 베란다에 두고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 은닉한 혐의로 용의자 A씨가 지난 19일 경남 양산에서 경찰에 검거되고 있다. 사진 제공=경남경찰청

2008년 동거녀를 살해한 후 사체를 은닉한 50대가 16년 만에 범행이 드러나 구속됐다.


경남경찰청과 거제경찰서는 당시 30대 동거녀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하고 사체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은닉한 혐의로 A(58)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8년 10월 10일께 거제 한 오피스텔에서 B(당시 30대)씨와 다투던 중 둔기로 머리와 얼굴을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건물 옥탑방 옆 야외 베란다로 옮겨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어 숨겼다. 그러나 올해 8월 집주인이 누수 방지 공사를 위해 A씨가 만든 구조물 파쇄작업 중 사체가 담긴 여행용 가방이 발견돼 A씨의 범행이 16년 만에 꼬리를 밟혔다.


경찰은 B씨는 평소 가족과 교류가 잦지 않아 실제 사망 시기보다 3년 뒤인 2011년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B씨가 사망했다는 정황이 없어 A씨 참고인 조사 후에도 헤어졌다는 진술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남 거제시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시멘트 밑에 유기된 사체가 발견됐다.사진 제공=경남경찰청

경찰은 B씨 사체 발견 후 즉시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해 2011년께 실종 신고된 피해자를 확인했다. 또 시신을 부검해 사망 원인이 둔기에 의한 머리 손상으로 파악하고 B씨와 동거했던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19일 양산에 거주하던 A씨를 체포해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범행을 시인했으며, 체포 당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도 포착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오피스텔에서 2016년까지 8년을 더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조사 과정에서 다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며 “A씨가 2016년 이주한 뒤에는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았고, 집주인도 창고로 쓰면서 그동안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 경위 등에 대해 보강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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