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모집인 1사전속의무 폐지하되 업권 간 교차모집 금지해야"

■대출모집인 발전방향 세미나
상품 선택권 확대 장점 있지만
불완전판매 등 부작용 우려 커


금융 당국이 소비자의 대출상품 선택권 확대를 위해 ‘대출모집인 1사 전속 의무’ 폐지를 추진 중인 가운데 불완전판매나 과잉 대출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해 관련 규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연구실장은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대출모집인 제도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1사 전속 의무가 폐지될 경우 대출모집인이 더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소비자에게 적합성 등과 관계없이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모집인 간 판매 경쟁이 심화해 고금리로의 대환 등 과도한 갈아타기를 권유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이어 “법인보험대리점(GA) 제도 도입 후 부당 승환계약 등 불완전판매가 빈번하게 발생한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출모집인 1사 전속 의무는 대출모집인이 대출 모집 업무 위탁계약을 맺을 수 있는 금융회사를 1개사로 제한하는 제도다. 불건전한 모집 질서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10년 도입됐다. 하지만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1사 전속 의무 연내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1사 전속 의무 규제가 폐지되면 대출 모집 법인도 GA처럼 여러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중개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한번에 손쉽게 비교·분석할 수 있게 돼 선택권이 확대되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과도한 경쟁으로 불완전판매나 과잉 대출 권유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실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규제 체계 정비를 통해 개별 모집 법인의 1사 전속 의무는 폐지하되 단기적으로 업권 간 교차 모집은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2금융권 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차이 등 업권 간 규제 차이 등을 활용한 과잉 대출 권유 발생 가능성을 막자는 것이다. 또 비전속 법인에 대해서는 강화된 규율 체계를 구축하되 규모별로 차등화하고 모집인 ‘개인’은 금융사 혹은 모집 법인을 통해 1사 전속 의무를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세부적으로는 △비교·설명 의무 도입 △중개 수수료 비교·공시 △우월적 지위 남용 금지 △내부통제 기준 강화 △과잉 대출 방지 의무 신설 △소비자 보호 기준 마련 등이 언급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절반이 대출모집인을 통해 이뤄졌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신규 전세자금대출, 정책대출, 집단대출 포함 전체 주담대 잔액은 23조 135억 원으로 이 가운데 11조 4942억 원(49.9%)이 대출모집인을 통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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