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산 유동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를 설립해 오피스와 리테일 점포 등 우량한 자산들을 유동화해 미래 투자를 위한 현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은 스타필드 하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세계스타리츠’ 영업인가를 오는 10월 중 신청할 예정이다. 내년께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며 주관사인 KB증권이 총액인수 등을 지원할 전망이다.
매입 대상은 신세계프라퍼티가 보유하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 지분 51%다.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 관계자는 “리테일 자산은 오피스 자산과는 다른 사이클을 가지고 있어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금융시장 변화 등을 고려해 추가적으로 신세계프라퍼티가 보유한 우량 자산을 편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현재 개발 중인 스타필드 창원과 스타필드 청라를 비롯해 총 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임차해 운영하는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제외한 나머지 지점들도 리츠의 추가 자산으로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도 계열사 디앤오(D&O)를 중심으로 리츠 설립을 준비 중이다. 내년께 국토교통부에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리츠는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상가나 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특히 대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대상으로 설립된 '스폰서 리츠'는 기업들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안정적으로 장기 임차를 하는 등 자산을 지속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리츠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총 24개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이 설립한 스폰서 리츠가 다수 포함돼 있다. 삼성FN리츠는 강남구 테헤란로 대치타워와 중구 세종대로 에스원빌딩을 기초자산으로 상장했으며 이달 중 1259억 원 규모 삼성화재 판교사옥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8700억 원 규모 본사 사옥 건물인 서울 장교동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품었으며 SK리츠도 SK서린빌딩과 SK U타워 등 그룹 사옥을 자산으로 담고 있다.
정부도 리츠 제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금은 리츠가 주택과 오피스 등 부동산회사투자법 시행령에 열거된 일부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지만 향후 데이터센터, 청정에너지 자산과 지방 산업단지 내 공장 등 기업들의 다양한 자산을 담을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계속사업을 위해 생산 설비를 아예 매각할 수는 없는 만큼 리츠를 통해 유동화하면서 사업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