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극지연구소는 세상의 끝에서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생명 자원의 미래 가치를 발굴하는 등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지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남극과 북극은 중요한 길잡이입니다.”
신형철(사진) 극지연구소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극지는 남극과 북극을 가리키는데 이곳은 과거 동경과 도전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다가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4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설립된 극지연구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극지 연구기관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신 소장은 극지연구소의 전신인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센터에 2002년 입사해 줄곧 남극과 북극을 연구해온 극지과학자다. 1992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월동대원으로 잠시 일하면서 극지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신 소장은 극한 환경인 남극·북극은 문명사회와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이곳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를 지나 기후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극지 연구를 통해 매년 겨울 기록적인 한파의 원인이 북극에서 새어 나온 찬 기운이 남하한 것임을 알게 됐다”며 “극지는 지구환경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극지 연구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점점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남극과 북극의 중요한 기능에 대해 ‘극지는 지구의 에어컨’이라고 표현했다. 냉방·제습이 대표적 기능인 에어컨과 극지의 역할이 같기 때문이다. 그는 “남북극을 덮은 눈과 얼음은 태양에서 유입되는 에너지를 반사시켜 지구의 열기를 낮춰주는 냉방 역할을 한다”며 “또 전 세계 2% 정도의 물이 남극과 북극에 얼음 형태로 있어 제습 기능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면 지구 에어컨의 냉방과 제습 기능도 저하된다”며 “지구의 에어컨이 고장 나면 그 파장은 극지에 그치지 않고 지구 전체로 확산된다”고 경고했다.
현재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 탄소 배출 등 인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에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기후와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소장은 “인류의 노력으로 환경을 되살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남극의 오존층 문제를 예로 들었다.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유해한 자외선을 막아준다. 1980년대 중반 과학자들은 남극 오존층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지구환경의 변화를 경고했다. 신 소장은 “오존층 파괴는 냉장고 냉매, 스프레이 등에 사용하는 프레온가스가 주원인이었다”며 “이에 전 세계는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고 프레온가스 줄이기에 힘써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노력으로 오존층 구멍은 계속 작아지고 있어 2066년이면 1980년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과학계는 전망한다”면서 “이는 인류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공동 대응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극지 연구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미래가 매우 기대되는 영역이라며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신 소장은 “선박 기술의 발달로 북극 항로가 넓어지면서 조선·물류 등의 분야가 새롭게 개척되고 있고, 추운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연구하면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나 폭염이 잦아지면 기업들의 제조 공정에도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만큼 기업들에도 극지 연구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