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상승세가 꺾였다. 생산자물가가 품목별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소비자물가 안정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따랐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는 전월대비 0.1%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2개월 연속 하락했다가 12월(0.1%)부터 5월(0.1%)까지 상승한 후 6월(0.0%) 소폭 하락한 바 있다. 7월에는 0.3%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6% 상승해 13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지만 소비자물가로 따지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0%) 안으로 들어왔다. 농림수산품이 5.3%로 올랐으나 공산품이 0.8% 내린 영향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지수 산정 시 공산품이 가중치가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어서 (전체 지수가) 하락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며 “공산품의 마이너스 기여도가 커 농림수산품 상승분을 일부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농산물(7.0%), 축산물(4.2%) 등이 상승 견인했다. 특히 배추(73.0%), 시금치(124.4%)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공산품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탄및석유제품(-4.0%) 및 1차금속제품(-1.5%) 등이 내렸다. 실제로 공산품 중 경유(-7.4%), 나프타(-4.2%) 등의 생산자물가 하락세가 컸다.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은 주택용도시가스가 7.3% 올라 전월보다 1.2% 상승했다. 서비스는 금융및보험서비스(-1.3%)가 내렸으나 운송서비스(0.4%)가 올라 전월대비 보합을 나타냈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5% 하락했다. 최종재(0.1%)가 올랐으나 중간재(-0.8%) 및 원재료(-0.3%)가 내린 영향이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총산출물가지수도 0.7% 하락했다. 농림수산품(5.1%)이 올랐으나 공산품(-1.5%)이 내렸다.
생산자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 둔화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2.0%를 기록하며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팀장은 “생산자물가 항목들은 시차를 두고 생산 비용에 영향을 주면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품목별로 1개월에서 수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상여건 악화와 공공요금 상방 압력으로 생산자물가 경로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채소는 폭염 영향으로 생산자물가를 올린 측면이 크지만 과실류는 햇과일 출하로 인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팀장은 “7~8월 중에 전기요금 부담 완화 조치가 적용이 됐던 것이 9월엔 종료가 되기 때문에 이게 다소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