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에서 필수적인 무기체계를 꼽을 경우 포병 화력은 그 중에 하나다. 얼마나 강력한 포병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 지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작전의 핵심인 포병 화력의 수준은 총탄과 포탄, 미사일 같은 지상무기의 성능으로 좌우된다. 그렇다면 이 무기들의 화력 성능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일까. 크게 명중률과 유효사거리, 최대사거리 등 세 가지로 구분해 뜻과 쓰임이 달라진다.
우선 명중률(accuracy rate)은 원거리에서 무언가를 던지거나 발사해 목표물에 얼마나 잘 명중하는 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즉 정확성을 의미한다. 예컨대 50m 떨어진 사격지점에 권총 100발을 발사해 그 가운데 50발이 명중한다면 그 권총의 명중률은 50%가 되는 것이다.
명중률을 계산할 때는 유효사거리 내에서 측정한 경우 그 성능이 보장된다. 여기서 유효사거리는 △어떤 무기가 평균 50%의 확률로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거리 △어떤 무기가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거리 △사수가 목표물을 조준 사격하여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거리, 즉 명중되는 사거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유효사거리 이상의 거리에서 명중률 측정은 의미가 없고 명중률도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유념해야 할 것은 투사체를 쏴 날려보내는 총과 포탄 등의 무기체계에선 명중률이 의미가 크지만, 정밀한 유도체계를 가진 미사일 계통의 첨단무기에서는 의미가 달라진다.
이는 총과 포탄은 수십, 수백 발을 발사해 이 가운데 몇 발이 명중하는 지를 따지는 반면에 유도체계를 가진 미사일은 한 개의 표적에 단 한 발을 발사해 명중하는 것은 당연한 무기라 개념이 조금 다르다. 따라서 미사일의 경우 명중률을 따지지 않고, 자체 정밀유도 시스템을 이용해 목표물에 명중 시 어느 정도의 위력을 내는지, 명중 가능한 사거리는 얼마 인지가 성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성능이 좋은 소총이나 기관총 등의 소화기에 명중률은 ‘1MOA(Minute Of Arc)’ 수준을 요구한다. 1MOA는 보통 100야드(91.4m)에서 1인치(2.54cm) 지름의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수한 저격총은 보통 1MOA 이하의 정확도를 갖추고, 여기에 10배율 급의 망원조준경과 사격 경기용 정밀탄환을 사용해 명중률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일반적인 소총은 보통 3~6 MOA의 정확성을 갖도록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우리 군의 특수부대가 많이 활용하는 ‘K14’ 저격소총의 경우 유효사거리는 800m로, ‘1.0 MOA @ 300m’ 이라는 세계적 기준의 명중률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효사거리와 최대사거리 개념에서 접근할 경우엔 일선 보병부대에서 쓰는 K2 소총은 ‘K100탄’을 사용하면 최대사거리가 3300m, 유효사거리가 600m에 이른다. ‘KM193탄’을 쓰면 최대사거리가 2653m, 유효사거리가 460m에 달한다.
사실 최대사거리는 탄환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로, 그 거리에서 목표하는 효과를 얻을 수는 게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거리 보다 효과를 우선시 고려한다면 유효사거리가 수치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유효사거리는 탄환이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도달해 원하는 성과를 내는 거리다. 이 때 값은 탄환이 가지고 있는 운동 에너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M1 헬멧’을 관통할 수 있는 운동 에너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야포나 박격포 등의 곡사화기는 사거리와 관계가 적다. 중요한 건 발사된 포탄의 폭발에 의해 목표에 얼마나 타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곡사화기에서 발사된 포탄은 거리가 10㎞ 날아가든 30㎞ 날아가든 폭발 위력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효사거리를 따로 표시하지 않고 최대사거리를 명시한다. 최대사거리가 결국 유효사거리이기에 그렇다.
뿐만 아니라 곡사화기는 사거리를 최대사거리와 최소사거리로 나눠 쓰임새를 결정한다. 최대사거리는 45도의 각도에서 곡사화기가 허용하는 최대 장약을 넣어 발사할 수 있는 거리다. 최소사거리는 포탄을 가장 큰 각도로 최소의 장약을 넣어 발사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당장 K방산의 명품으로 꼽히는 K9 자주포는 최대사거리가 약 40㎞로, 우리 군이 보유한 총포류 중 가장 먼 거리에 타격 효과를 줄 수 있는 무기체계다. 최근에는 포탄 성능을 개량해 사거리가 60㎞까지 늘어난 사거리 연장탄을 개발완료해 곧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특히 K9 자주표는 빠른 발사 속도와 자동장전장치를 이용해 1문의 자주포로 3발의 포탄을 한 곳에 동시에 탄착시키는 TOT(Time on Target)사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이는 각각의 탄이 탄도가 다르고 비행시간도 다르지만, 탄착지에 동일한 폭발 효과를 줘 타격 효과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는 강점이 된다.
적의 항공기와 미사일(유도무기)의 공격을 방어하는 대공무기인 대공포와 미사일은 앞선 총탄과 포탄과는 다른 개념의 유효사거리를 적용한다. 대공포는 탄이 포구를 떠난 뒤의 잔류 속도, 미사일은 목표물에 대한 명중률 기준으로 유효사거리를 정한다.
예를 들어 20㎜ 발칸과 같은 대공포는 탄의 잔류속도가 마하1을 유지하는 거리, 대공 미사일은 평균 50% 확률로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대전차무기 경우에는 평균 50% 확률로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거리를 유효사거리로 삼는다
이외에 대구경포탄은 직사와 곡사 개념으로 나눠 운용하기에 유효사거리와 최대사거리 개념이 구분된다. 야포탄과 같은 곡사포탄의 최대사거리는 최대사계(각도)로 사격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실제 K307탄은 약 51도, KM549A1은 약 53도, M107탄은 약 45도로 포탄마다 최대사계가 다르다.
전차·장갑차의 경우는 특별히 유효사거리 기준이 없다. 대신 화력 성능을 표적 조건(고정·이동)과 사거리를 기준으로 한 명중률과 관통력이 중요한 성능으로 표시된다.
이처럼 무기체계 유형별로 목표물에 따라 명중률, 유효사거리, 최대사거리의 의미가 다르다. 그 설정 기준도 제각각이다. 이런 까닭에 목표물에 대한 원하는 타격 효과가 유형별로 매번 달라질 수 밖에 없어 쓰는 무기체계 성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선 정확도가 얼마나 되는지 객관화가 필요하고, 유효사거리 및 최대사거리의 경우도 쓰는 탄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정확히 조준해 사격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 때 목표물에 대한 타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