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끝까지" 1년새 소송 50만건 늘었다

■2024 사법연감…항소·상고도 급증
개인·사회적 갈등 소송으로 해결
소년범죄·가사사건도 갈수록 늘어
1년간 666만건 접수 8.1% 증가
판사 수는 10년째 묶여 업무 가중
"법관 경력 완화·증원법 통과 시급"



지난해 민사·형사사건의 항소·상고심 접수 건수가 모두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 수(정원 3214명)는 2014년 이후 10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반면 늘어나는 재판에 업무 부담만 날로 커지고 있다. 법관 임용 요건을 완화하고 판사 정원을 늘리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재판 지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법조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24일 발표한 ‘202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은 총 666만 7442건으로 전년 대비 약 8.11%(50만 130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민사사건이 457만 6462건으로 전체 소송의 68.6%를 차지했다. 형사와 가사사건은 각각 25.7%(171만 3748건), 2.7%(18만 2226건)로 뒤를 이었다. 가정법원·지방법원 소년부가 심리하는 소년보호사건은 지난해 5만 94건으로 전년(4만 3042건) 대비 16.4% 증가했다. 민사 및 형사사건의 전체 소송 접수 건수는 연간 기준 모두 전년 대비 8.2%, 8.5% 각각 증가했다.


항소와 상고심 접수도 증가했다. 하급심 재판부가 짊어진 소송 부담이 대법원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사의 항소심 접수 건수는 5만 8703건으로 전년 대비 2.11% 증가했고 상고심 접수는 같은 기간 57.04% 감소했다. 다만 2022년에 동일인이 중복으로 제기한 상고심 소송 건수를 제외하면 오히려 2023년에 상고 접수가 약 4.16% 증가했다.


2023년 1년간 형사 공판의 항소심 접수 건수는 8만여 건에 육박한다. 형사 공판의 항소심 접수는 2022년 7만 1167건을 기록해 2021년(7만 3285건)과 비교해 소폭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7만 9453건으로 집계됐다. 상고심 접수 역시 2022년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드는 듯했으나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2만 1102건으로 집계됐다. 국내의 한 로펌 관계자는 “최근 사회가 복잡해지고 분쟁의 양상 또한 다양해진 데다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증가하면서 법적 소송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항소·상고심 접수에 재판 지연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당장 올해 4월 기준으로 판사 수는 정원(3214명) 대비 100명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법관 1인당 처리해야 할 업무 부담은 점차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법관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관 임용 조건을 완화하고 법관증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제3기 사법정책자문위원회 출범과 법관 증원에 관한 안내를 법원 코트넷에 게시하면서 22대 국회에서도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관증원법을 재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법원조직법 개정 역시 시급하다. 법조 일원화 정책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경력 법관 임용 시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이 7년이고 그 이후에는 10년으로 올라간다. 이에 고연차 경력자로만 판사 임용이 이뤄질 시 법관 수급에 어려움이 따르고 법관 고령화로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22대 국회에서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3~5년으로 낮추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밀려드는 재판에 판사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사실상 판사 증원이 재판 지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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