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입지·최고급 서비스로 요양사업 차별화…'액티브 시니어' 시장 정조준

■ 수도권에 요양센터 짓는다
은행·카드 등 기존사업과 시너지
'액티브 시니어'를 메인 타깃으로
호텔·제약사 협업 최고급 서비스

하나금융그룹이 수도권에 최고급 요양시설을 짓기로 한 것은 접근성이 좋은 최적 입지가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다 크게는 요양 사업 운영 주체인 하나생명이 성장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은행·증권·카드 등 그룹 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까지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고급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사업 전망도 밝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요양센터 설립을 위해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부자 물색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보험 업계에 요양 사업 진출은 모두가 원하는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땅과 시설을 직접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현행법상 기업이 요양 사업을 하려면 사업 주체가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요양시설을 직접 소유해야만 한다. 막대한 초기 투자가 불가피하다 보니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정도만 요양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다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KB금융은 2016년 KB손해보험 자회사로 KB골든라이프케어(2023년 KB생명보험 자회사로 편입)를 설립하고 노인 요양 사업을 시작했다. 2016년 위례빌리지, 2021년 서초빌리지를 개소하고 2025년 은평·광교·강동에 요양시설을 오픈할 계획이다. 신한라이프도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시설과 실버타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에 경기도 미사에 60~70명 규모 요양시설을, 2027년에는 서울 은평에 실버타운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 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요양 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땅·건물 직접 소유 규제 탓에 극히 일부만 시장에 진입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규제 개선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나금융도 더 이상 늦어지면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시장 진출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기존 KB금융과 신한금융에 비해 요양 사업에서 한발 늦은만큼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접근하기 쉽도록 서울이나 경기·인천지역에 요양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설과 서비스 수준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서울시 또는 경기도의 어느 곳에 요양센터 자리를 잡느냐가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하나금융이 요양센터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나금융이 최고급 서비스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시장 수요를 반영한 점도 있다. 현재 장기요양보험 1~2등급을 받은 노인 중 시설 입소 비용의 최대 20% 정도인 자기부담금을 더 내더라도 고급 시설에 가고 싶어하는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급 실버타운은 건강 상태가 양호한 ‘액티브 시니어’를 메인 타깃으로 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성을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노년 생활을 즐기면서 건강관리와 생활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호텔식 서비스와 전문적 건강관리를 제공할 경우 보다 많은 노년층이 요양센터 입소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요양 산업은 급속한 고령화로 성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요양 시장 규모는 2018년 8조 원에서 2022년 14조 4000억 원으로 연평균 15.6% 성장했다. 이 기간 이용자 수도 103만 명에서 167만 명으로 늘었다. 치매 환자 등을 포함해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집이 아닌 시설로 모시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향후 요양 산업은 더욱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수요에 대비한 규제 정비가 논의되고 있다. 이날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요양 서비스 활성화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인복지주택 설치·운영에 대한 기준을 완화하는 동시에 시설·인력에 대한 기준을 강화한다면 공급 활성화와 서비스 품질 향상이라는 2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근당산업이 운영하는 요양원 벨포레스트의 이미숙 원장은 “과거에 만들어진 장기 요양 관련 규제가 요양 서비스 품질 하향 평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돌봄 대상자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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