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컷(0.25%포인트 금리인하)이 아닌 빅컷(0.50%포인트 인하)을 결정했다. FOMC 직전 금융 시장이 빅컷 가능성을 65% 이상 반영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대에 부응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FOMC 전 주말까지 베이비컷 기대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후 50bp(1bp=0.01%) 인하의 고리가 될 만한 경제지표 발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과감한 결정이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빅컷을 단행한 표면적인 이유는 고용 악화에 대한 우려다. 올해 실업률에 대한 연준의 전망치는 지난 6월 4.0%에서 이달 4.4%로 크게 높아졌다. 이 사이 발표된 고용 지표가 크게 악화된 탓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고용에 대한 언급을 가장 많이 하기도 했다. 빅컷 결정에는 실기 우려와 같은 비판 가능성이나 과도한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에 따른 혼란 등에 대한 고려도 영향을 많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지난 기자 회견에서 “우리 기본 시나리오는 제약을 제거하고 경제 반응을 보자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FOMC에서는 수정된 경제 전망치도 함께 발표됐는데 이를 보면 이번 연준의 태도 변화를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2.0%로 소폭 하향 조정됐지만 내년과 2026년 전망치는 모두 2.0%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도 4.0%에서 4.4%로 크게 높아졌지만 내년과 2026년 전망치는 각각 4.4%와 4.3%로 나타난다. 결과에 기반해 대응하는 연준이 빅컷의 명분으로 삼기에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기 상황이다.
이번 FOMC는 표면에 드러난 것 이상으로 합의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FOMC 이후 발표된 점도표를 보면 19명 중 9명이 올해 75bp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등 여전히 25bp 인하가 베이스라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12명의 FOMC 투표위원 중 1명은 반대 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사가 반대 표를 던진 건 2005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런 부조화는 시장 참여자의 의구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시장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경기 침체 조짐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다. 이는 향후 연준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시장 기대를 추가로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연준이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렸음에도 시장 기대가 추가로 하향 조정됨으로써 향후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연준 시선과 시장 기대 사이의 긴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FOMC의 빅컷 단행으로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도 한은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 정부나 국책연구기관 등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짐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지표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파월 의장의 언급과 연준 결정은 선제적 대응 필요성에 더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