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에서 추진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외신의 평가가 나왔다. 기업의 주주 친화 정책을 유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구상과는 달리 높은 상속세율 등 부담이 큰 상황에서 대주주들이 주가 부양 의지를 갖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일본의 시장 개혁을 모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금융 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WSJ는 “한국 주식은 다른 신흥시장보다 더 싸게 거래돼 오랫동안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한국은 기업 지배구조와 투자자 수익을 개선하려는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을 지배하는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는 일반적으로 소액주주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일정 부분 주가 수익 개선이 이뤄지겠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높은 상속세율이 대표적인 걸림돌로 지목됐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에 이른다. 정부는 내년부터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겠다며 관련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지만 이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약 26%)보다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상속세 부담이 클 경우 대주주들은 주가 상승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일각에서는 주가를 억누르는 일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파른 주가 상승을 요구하는 ‘개미’들의 기대와는 딴판인 셈이다. WSJ는 “높은 상속세율은 (대주주) 가족들이 회사의 높은 주가를 원하지 않는 이유”라면서 “정부는 세금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매입과 순환 출자 등을 통해 구축된 지배구조를 쉽게 바꾸기 힘들다는 판단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WSJ는 “재벌들은 상호 출자 등 복잡한 기업 구조를 이용해 지배력을 유지해왔다”며 “이들은 한국 내에서 강력한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어 일본과는 달리 이런 구조를 해체하도록 압박을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