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헤르메스·드랙퀸에 환호…뮤지컬 달구는 ‘젠더 프리’

여성 헤르메스 발탁된 최정원
'하데스타운' 매진행렬 이끌어
'킹키부츠'선 드랙퀸에 큰 호응
성별 반전 요소, 흥행 원동력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된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배우 최정원(왼쪽)이 헤르메스 역할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스앤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헤르메스 역을 맡은 배우 최정원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짙은 회색 조끼에 칼주름을 한 줄무늬 정장 차림의 ‘헤르메스’가 등장했다. 지하 세계 ‘하데스타운’의 내레이터 역할을 맡은 그의 첫 등장은 시선을 모을 수밖에 없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움직임에 절도 있는 동작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뮤지컬 배우 최정원은 압도적인 성량으로 관객들을 순식간에 지하 세계 ‘하데스타운’으로 안내했다.


여성 헤르메스, 드랙퀸(옷차림이나 행동을 통해 여성성을 흉내내는 남성)’ 등 ‘성별 반전 요소’가 뮤지컬 업계에서 흥행을 위한 ‘킥(특별한 비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에 이어 국내에 처음으로 발탁된 여성 헤르메스의 데뷔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공연을 시작해 폐막이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매 회차마다 샤롯데씨어터를 들썩이게 하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최정원이 헤르메스로 등장하는 회차마다 매진 행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스앤코

최정원과 함께 헤르메스 역으로 캐스팅 된 배우는 최재림과 강홍석 등 선이 굵은 남성 배우들이다. 각 배우들이 연기하는 헤르메스는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지하 세계에서 완고한 권력자인 하데스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공감 능력이 높은 페르세포네와 아직 어리고 유약한 오르페우스 사이에서 여러 관계를 조율한다. 관대한 시선으로 인물들을 대할 때는 모성애까지 느끼게 한다.


지난 해 뮤지컬 ‘트레이스 유’가 ‘젠더프리 캐스팅(같은 배역의 배우를 성별에 관계 없이 발탁하는 것)’을 진행한 이후 업계에서도 젠더프리 캐스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랙퀸 롤라 역할을 맡은 서경수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CJ ENM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랙퀸 롤라 역할을 맡은 서경수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CJ ENM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랙퀸 롤라 역할을 맡은 서경수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CJ ENM


지난 7일부터 10주년 기념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킹키부츠’는 ‘호이 찰리를 보러 갔다가 롤라에 빠지고 온다’는 후기가 눈길을 끈다. 망해 가는 신발 공장을 특유의 감각을 통해 다시 살리는 드랙퀸 롤라는 흔히 아는 드랙퀸의 모습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입은 남자다운 옷 사이에서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후 여성들과 연대하며 ‘남자다움’이라는 인식에 반기를 든다. 지난 11일 배우 서경수가 연기한 롤라는 드랙퀸의 고전적인 이미지를 넘어 팔색조 같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뜨거운 환호성을 받았다. 공연 업계 관계자는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역량도 넓어진 데다 관객들 역시 ‘젠더 프리’ 자체에 열려 있다”며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젠더 프리’ 요소에 더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