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언어·배경을 초월해 더 많은 이들이 더 따뜻한 미래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시민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문화 사업의 핵심은 젊은 세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전 세계적 협업이 가능한 생태계가 존재한다”고 했다. 국경을 넘는 문화 사업을 통해 미래 세대에 희망을 주자는 메시지다.
세계시민상은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사에게 주는 상으로 이 부회장은 아시아 여성 기업인이자 문화인 가운데 처음으로 수상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은 이 부회장의 수상 이유로 수십 년간 보여준 문화 사업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한 영향력, 예술적인 스토리텔링에 대한 헌신 등을 꼽았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과 같은 영화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불평등이라는 중요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끌어냈다”며 “K팝에서 K드라마에 이르기까지 K컬처는 세계 곳곳에서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기쁨·웃음·사랑은 보편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문화는 비록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힘은 아닐지라도 인류에 대한 배려와 희망·공감의 다리를 건설할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동생인 이재현 CJ 회장도 언급했다. 그는 “이 창업회장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고 늘 말씀하셨다”며 “문화는 산소와 같아서 평소에는 그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것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숱한 부침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이 회장의 지원 덕분에 지금까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이 회장에게 공을 돌렸다.
이 부회장의 수상 소감 발표 후에는 일본 록그룹 엑스재팬의 리더 요시키, 한국 힙합 가수 타이거JK와 윤미래가 무대에 올라 공연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이 부회장과 함께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함께 상을 받았다.
세계시민상 수상자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수상자를 소개하는 전통에 따라 이 부회장은 샤리 레드스톤 파라마운트글로벌 회장의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올랐다. 레드스톤 회장은 지난 30년간 이 부회장이 글로벌 문화 산업에 미친 영향력을 강조하며 “이 부회장이 어떻게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연결하며 문화로 세상을 하나로 만들고 있는지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의 소개자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