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이틀째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이 ‘사이버 공격’에 활용될 수 있는 정보 탈취용 바코드가 인쇄된 전단지를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공습 전 이스라엘은 레바논 위험지역 주민들의 휴대폰과 유선전화로 대피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광범위한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레바논 매체 MTV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위험한' 바코드를 인쇄한 전단을 살포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 지역에 바코드가 있는 전단을 뿌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바코드는 매우 위험하며 여러분이 가진 모든 정보를 빼갈 수 있다"며 "바코드를 (스마트폰 등 기기로 스캔해) 열어보거나 공유하지 말고 즉시 파기하라"고 경고했다.
레바논 MTV는 헤즈볼라 성명을 전하면서 이스라엘군이 살포했다는 아랍어 전단 사진을 보도했다.
이 전단에는 아랍어로 '베카 주민들에게 긴급 경고'라는 제목과 함께 "헤즈볼라 무기가 저장된 건물에 있다면 1000m 밖이나 인근 학교로 대피하라"고 쓰여 있다. 전단 오른쪽 아래엔 "구역 지도를 보려면 QR코드를 스캔하세요"라는 안내문 옆에 바코드 대신 QR코드가 인쇄됐다.
이스라엘군은 전날부터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노린 '북쪽의 화살'(Northern Arrows) 작전 개시를 선언하고 이틀째 레바논 남부와 동부,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을 공습하고 있다.
해당 공습 몇시간 전인 23일 오전 8시 20분께 이스라엘은 레바논 베이루트와 남부 일부 지역 주민들의 휴대폰과 유선전화로 녹음된 음성 등을 보내 대피할 것을 안내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도 전단을 살포하고 문자메시지 전송, 전화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문자메시지 전송 등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당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든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을 팔레스타인인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이 레바논까지 확대됐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2007년쯤부터 통신 정보에 접근해 주민의 정보를 몰래 수집해 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에 활용하는 첨단 전자전·정보전 역량을 특히 경계하고 있다.
이스라엘으로부터 도청·감청을 피하기 위해 첨단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무전 사용기 사용을 늘렸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오히려 역이용했다.
지난 17∼18일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 대원의 통신 수단인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가 동시다발로 폭발해 최소 37명이 사망했다. 사건의 배후로는 이스라엘이 지목됐다.
서방 매체들은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삐삐 제작·유통단계에서 폭발물을 심어 원격으로 터뜨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7월 30일에는 베이루트 외곽에서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폭사했다. 당시 헤즈볼라 통신망에 침투한 누군가가 슈크르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군이 타격하기 쉬운 위치로 슈크르를 유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