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보잉 선글라스와 국방색 비행복, 그리고 ‘빨간 마후라’. 공군 장교로 임관한다고 누구나 착용하는 것이 아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군 소위로 임관 후 본격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과정은 ‘입문-기본-고등’ 3단계로, 이 과정의 비행교육을 모두 수료해야 한다. 입문 과정 14주, 기본과정 35주, 고등과정 30주로 구성(약 18개월)돼 있다.
고등비행교육 과정을 마쳤다고 바로 작전에 투입되는 또한 아니다. ‘전투기 입문 과정(LIFT)’ 또는 ‘전환 및 작전가능훈련(CRT)’이 기다리고 있다. 고등 과정에서 세부적인 기종을 부여받으면 해당 부대에서 기종 전환도 거쳐야 한다. 이 기간만 통상적으로 1년이 넘게 소요된다. 꾸준한 훈련과 끝없는 평가, 교육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타게 되는 공군의 훈련기는 뭐가 있을까.
비행 입문과정에 쓰이는 국산훈련기 ‘KT-100’이 있다.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처음 타게 되는 입문용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훈련기다. 국내 최초 민간 양산 항공기 나라온(KC-100)을 군 훈련용으로 개량한 항공기다.
장착된 엔진은 315마력짜리 단발엔진으로, 4인승 소형 항공기다. 최고속도는 시속 363㎞, 최대 비행거리는 2020㎞에 이른다. 체공 시간은 6시간 이상으로, 탄소복합 신소재를 채택해 기체가 매우 가볍다. 연비를 개선하는 첨단 엔진출력 조절장치, 첨단 LCD형 통합 전자장비 등을 탑재해 조종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로 조종훈련과 산불감시·해안순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공군은 KT-100기를 KAI로부터 인수해 2016년 5월 공군사관학교 55교육비행전대에서 전력화 행사를 갖고 그해 12월까지 20여 대의 KT-100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2017년부터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의 비행 입문 과정에 운용하고 있다.
KT-100 훈련기가 도입되기 전에는 ‘T-41B 단발 프로펠러’ 훈련기와 ‘T-103’훈련기가 활용됐다.
T-41B는 미국 공군의 기본훈련기로 공군은 미국 군사원조로 1972년 3월부터 T-41B 27대를 인수해 1972년 4월 부터 초등비행훈련용으로 활용했다. T-41B는 약 34년간 약 6400여 명의 조종사를 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6만 시간 무사고 비행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2006년 11월 T-103훈련기에 임무를 인계하고 퇴역했다.
T-103훈련기는 공군이 처음으로 도입한 러시아산 고정익 항공기다. 러시아에 빌려준 경협차관 대신 받아 2004년부터 총 23대를 도입해 운영했다. 원래 명칭은 ‘IL-103’이지만 우리 공군항공기 명명법에 따라 ‘T-103’으로 명명됐다. 뛰어난 비행 성능 덕분에 악천후에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약 13년간 2200여명의 조종사를 양성했고, 2017년 국산항공기 KT-100 전력화에 따라 도태됐다.
공군 조종사의 기본과정을 담당하는 기본훈련기는 ‘KT-1’이다. 1999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2000년에 첫 기체가 대한민국 공군에 인도됐다. 이후 대한민국 공군의 조종사 양성을 위한 기본훈련기로 2004년 6월부터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운용 중이다.
최근까지 공군 제3훈련비행단 제213비행교육대대는 약 20년 동안 12만 7000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KT-1의 전신은 ‘KTX-1’이다. KTX-1은 550급 마력 엔진을 탑재한 중등 훈련기로 1991년 12월 12일 첫 비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KTX-1은 시험 비행 도중 사출 좌석 오작동으로 시제기가 추락했다.
이 때문에 국내 개발이 아닌 해외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바람에 한 때 사업이 중단될 위기도 처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 개발을 통해 KTX-1은 엔진을 950 마력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명칭도 ‘KT-1’으로 변경됐다. 1999년 양산 1호기를 생산 개시해 2000년 8월 공군에 첫 납품돼 실전 배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KT-1의 제원은 길이 10.3m, 폭 10.6m, 높이 3.7m에 기체 중량은 2540㎏에 달한다. 950마력의 PT-6A 62 터보프롭 엔진을 탑재해 최대 시속 648㎞로 비행이 가능하다. 항속거리는 1700㎞, 분당 1067m를 상승할 있고, 최대 비행시간도 5시간이다. 경무장을 할 수 있어 전시에 공격기로도 쓸 수 있다.
저속비행 성능을 비롯해 편대비행, 야간비행, 계기비행, 중·저고도 항법비행 등 기본비행 훈련에 요구되는 역량도 모두 갖췄다. 여기에 동급 훈련기 가운데 배면스핀(360도 회전) 시범비행을 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항공기다.
특히 조종 불능상태인 스핀(Spin) 기동 상황에서 조종사가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자세를 회복할 수 있어 높은 안정성을 자랑한다. 또 KT-1은 지상에 정지한 상태에서 조종사가 탈출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Zero-zero(0ft-0kts) 사출좌석’도 장착했다는 장점도 있다.
KT-1 개발에 앞서 공군이 운용하던 ‘T-28A 중등훈련기’와 ‘T-37C 중등훈련기’가 있는데, 이를 대체하기 위해 목적으로 KT-1가 개발됐다.
T-28A는 T-6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이 개발한 훈련기다. 우리 공군은 1960년 12월 미국 군사원조로 T-28A 4대를 인수해 중등비행훈련기로 활용했다. 총 25대가 도입된 T-28A는 1968년 1월 청와대 무장공비 소탕작전에서 항공정찰, 긴급연락 등의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82년부터는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 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술통제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1989년 4월 퇴역했다.
T-37C는 제트비행을 위한 기본훈련기다. 우리 공군은 1973년 6월 F-5, F-4 계열 항공기 조종을 위해 T-37C 8대를 도입해 미국 군사원조로 총 25대를 도입해 중등비행훈련에 활용했다. 이후 1980년 11월에 브라질 공군에서 운용하던 39대를 추가 도입해 운용했다. KT-1 기본훈련기에 임무를 인계하고 2004년 2월 퇴역했다.
고등 과정을 담당하는 훈련기는 대한민국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제트훈련기 ‘T-50’이 있다. 세계에서 자체기술로 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한 12번째 국가로 올라서는 일등 공신이다. 정식명칭은 ‘T-50 고등훈련기’이다. 별칭은 골든이글(검독수리)로 불린다. 제원은 길이 13.4m, 너비 9.45m, 높이 4.91m에 이른다. 최대속도는 마하 1.5, 이륙중량은 1만 3454㎏에 달한다. 최고상승고도는 4만8000피트(약 1만4630m), 실용상승고도는 4만 피트(약 1만2192m)다. 터보팬 엔진이 뿜어내는 1만7700파운드(약 8t)의 엔진 추력 덕분에 최대이륙중량은 2만3638파운드(약 10t)에 이른다.
게다가 디지털 비행제어시스템(FBW·Fly-By-Wire)과 안정성이 향상된 첨단 디지털 엔진제어 방식의 F-404-GE-102 엔진 장착은 물론 기체구조와 착륙장치에 일반 전투기보다 높은 구조 하중 기준을 적용해 동급 훈련기 중 최고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공군 조종사 양성체계에 따라 T-50을 이용한 고등훈련과정을 이수한 예비조종사들이 실전 배치되기 직전 무장 훈련을 하는 기체가 있다.
T-50개량형인 TA-50 훈련기다. 당초 F-15A·F-16·F-22 등 전투기의 조종훈련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고도의 기동성을 자랑하는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과 디지털 제어 방식의 엔진, 견고한 기체, 착륙장치 등을 장착한 덕분에 동급의 훈련기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TA-50은 공군16전투비행단에서 조종사들이 공대공·공대지 전술훈련 등 전투기술을 연마하는 전술입문과정(LIFT)에 활용 중이다. TA-50은 T-50을 기반으로 레이다와 공대공·공대지 무장시스템을 추가한 기체다. 무장은 20㎜ 기관포와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AGM-65 매버릭 공대지미사일, MK-82 500파운드 폭탄, SUU-20 훈련탄 유닛 등을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T-50계열 개발에 앞서 공군은 ‘T-59’ 고등훈련기를 활용했다. 영국에서 제작한 다목적 고등훈련기로 원래 이름은 ‘호크’로 불린다. 안정적인 기동과 우수한 기체성능을 바탕으로 세계 고등훈련기 중에 ‘베스트셀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시에는 로켓과 기관포 등을 장착해 공격기로 활용할 수 있따.
우리 공군은 1992년 9월 도입해 T-59로 명명했다. T-59는 대지공격과 근접지원 능력이 뛰어나 조종사의 고등 훈련과 함께 전술기로도 큰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4월 퇴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