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각 가능성 차단…고려아연, 산업부에 2차전지 국가핵심기술 신청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로 판정신청서 제출
승인되면 인수 금지 등 정부 조치 가능해져
고려아연 “MBK에 경영권 넘어가면 中매각”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제공=고려아연


영풍(000670)·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010130)이 국가핵심기술 신청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정부는 외국 기업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된다.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해외로 매각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국가핵심기술 승인 여부가 경영권 갈등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은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대상 기술은 2차전지 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이다. LG화학과 합작으로 세운 자회사인 켐코와 고려아연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기술로 고려아연이 대표로 신청했다. 고려아연 측은 “산업부는 국가핵심기술 판정과 관련해 전문위원회 개최를 비롯해 표준절차를 진행하는 등 내부검토를 완료한 뒤 판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한다. 정부는 30나노 이하급 D램 기술을 비롯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원자력 등 분야의 70여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우선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때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경우도 정부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인수 금지 또는 원상 회복 등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신청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정하는 산업부의 결정은 이르면 다음달 중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전구체 기술은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탈피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발주한 2024년도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 중 ‘저순도 니켈 산화광 및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 원료 소재 제조 기술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10개 산학연 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183억6000만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며 기관이 부담하는 투자액까지 포함하면 총 239억8000만 원 규모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