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평양으로 ICBM 시험발사 성공”…미중 군사 긴장 수위 높아지나

44년 만에 태평양 해역 발사 이례적
美 본토 등 타격 가능한 ‘DF-41’ 추정
유엔 총회 개막· 미국 대선 앞둔 시점
“대만에 무기수출·오커스 견제 목적” 관측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둥펑(DF)-4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은 군용 차량이 톈안먼광장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은 24일 DF-41로 추정되는 ICBM을 태평양 공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


중국이 44년 만에 태평양 공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군사 굴기’를 과시했다. 중국 측이 연례 군사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의 반발에도 미국이 대만에 무기 수출을 강행한 데 대한 시위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최근 결성 3주년을 맞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ICBM 발사라는 점에서 역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25일 오전 8시 44분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은 훈련용 모의 탄두를 탑재한 ICBM 1발을 태평양 공해 해역으로 발사했다. 보도에 따르면 ICBM은 정해진 지역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발사 고도와 비행 거리 등 구체적인 미사일 제원이나 탄착 지점 등은 전해지지 않았다. 신화사는 이번 발사가 로켓군의 연례 군사훈련 일정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중국은 관련 국가에 시험 발사를 사전 통보했다고도 설명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훈련은 연례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국제법과 관례에 부합한다”며 “어떤 국가나 목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3일 일본 해상보안청이 중국으로부터 “25일 오전 7시~오후 1시 필리핀 루손섬 주변 2곳과 미국 하와이 남쪽 1곳에 우주 쓰레기를 낙하시키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하며 “방위성은 중국이 루손섬 주변 2곳에서 각각 미사일을 분리해 최종적으로 탄두 부분을 하와이 남쪽 공해상에 낙하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NHK는 ICBM이 낙하한 곳이 호주 주변 공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외신은 중국이 발사한 ICBM이 둥펑(DF)-41인 것으로 추정했다. 둥펑-41은 중국이 개발한 고체연료 기반의 ICBM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ICBM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해 개발됐으며 사거리는 최대 1만 5000㎞로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여러 개의 핵탄두를 동시에 발사해 각각 다른 목표를 타격할 수 있어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알려졌다.


주요 외신은 중국이 그동안 미사일을 시험했지만 대부분의 발사가 네이멍구 같은 내륙에서 예고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태평양 공해상으로 ICBM을 발사한 것은 1980년 5월이 마지막으로 이번 발사는 44년 만이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앤킷 팬다 선임 연구원은 AFP에 “매우 이례적이고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시험 발사”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라자라트남 국제학 대학원의 드류 톰슨 수석 연구원은 “매우 대담하고 도발적인 성명이며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유엔 총회 기간 중에 일어나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 새로운 핵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약 500개의 작전용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49년까지 세계 일류급 군대를 달성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로 2030년까지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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