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68타 치든, 78타 치든 ‘리디아 고’로 사랑해주는 남편 있어 감사”

“2022년 결혼 후 제삶에 골프 외 다른것도 있단 것 깨달아”
현대가며느리 수식어? “백그라운드 신경쓰고 결혼한것 아냐”
26일 개막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서 ‘5개 대회 4승’ 도전

25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박지영(왼쪽)과 얘기를 나누는 리디아 고. 연합뉴스

‘BO♥JUN’. 리디아 고(27·하나금융그룹)의 휴대폰 스트링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보’는 뉴질랜드동포인 리디아 고의 한국 이름 고보경 중 가운데 글자, ‘준’은 남편 정준씨의 이름이다.


현재 세계 여자골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인 리디아 고의 ‘제2전성기’에는 사랑의 힘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10대 때부터 천재 소녀로 활약했지만 한때 큰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리디아 고는 2022년 말 결혼 후 몰라보게 ‘폼’을 회복했다. 특히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개 대회에서 2승을 거뒀고 파리 올림픽 금메달까지 포함하면 4개 대회 3승으로 못 말리는 상승세에 올라탔다.


LPGA 투어 대회 우승 뒤 리디아 고는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 스폰서 개최 대회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26~29일 베어즈베스트 청라GC·총상금 15억 원)에 출전한다. 25일 대회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디아 고는 ‘최근 상승세에는 결혼 후 심리적 안정을 찾은 영향도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피아노를 배우든, 공부를 하든 잘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제 경우 어릴 때부터 골프를 했다. 골프와 학교, 가족 외에는 없었고 골프가 제 인생의 제일 큰 부분이기도 했다”는 리디아 고는 “남편을 만나서 제 삶에 골프 외에도 다른 게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그분’도 골프를 워낙 좋아하시는데 인생을 골프 말고 다른 시점으로도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일로서 뿐만 아니라 즐기면서 재밌게 칠 수 있는 부분을 찾기도 하고 여러모로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저한테 골프는 스코어가 안 나오면 호텔 가서 혼자 우울해 하기도 하는 그런 것이었는데 이제는 68타를 치든, 78타를 치든 리디아 고로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안정감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그 외 부분들에 대해서도 표현은 안 해도 감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남편 정씨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장남이다. 정 부회장은 며느리 리디아 고를 현장에서 응원했다. 올림픽 금메달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최연소 가입하고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까지 우승하자 존경심을 듬뿍 담은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시아버지의 응원과 반응에 대해 며느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또 국내 매체에서 흔히 쓰는 ‘현대가 며느리’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리디아 고는 “아버님이 몇 달 전에도 CEO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셨다. 몇 년 연속으로 톱 CEO 상을 받으시면서 저보다 먼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신 분이니 제가 여기 앉아서 저지(judge)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산업에서 대단히 성공적인 업적을 내시는 분이라 배울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제가 티피컬(typical)한 며느리는 아니잖아요. 한국에 살지도 않고 해외에 나가있으면서 큰일 있을 때는 뵙지도 못하는 상황이니까. 그럼에도 이해해주시고 딸처럼 응원해주시니 정말 감사한 거죠. 기사에서 쓰이는 ‘현대가 며느리’라는 표현을 본 적 있는데 저는 제 남편과 결혼한 이유가 현대가 아들이어서는 아니에요. 그 사람 정준씨를 사랑하고 존경해서 결혼한 것이기 때문에 백그라운드를 신경 안 썼어요. 시댁을 가도 시부모님을 뵙고 시누이를 뵙는다는 느낌이지 ‘현대가’ 이런 생각은 전혀 안 드는 것 같아요.” 리디아 고는 “좋은 남편뿐 아니라 좋은 시댁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리디아 고는 25일 오전 10시 44분 박현경, 이예원과 1라운드 1번 홀을 출발해 ‘5개 대회 4승’ 기록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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