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8%가량 늘어나며 최근 1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혼인 건수 역시 33% 늘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율을 나타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태어난 아기는 2만 601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 9085명)보다 7.9%가량 증가한 수치다. 월별 증가율은 2007년 7월(12.4%) 이후 가장 높다. 7월 혼인 건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9% 급증했다. 1996년 1월(50.6%) 이후 가장 높은 월별 상승 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출생아 수 증대 분위기가 이어지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일·가정 양립에 앞장서고 있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검토하고 국세 세무조사 유예와 같은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해당 기업에 정책자금 지원, 입찰 사업 우대 등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혼인과 출산의 병행 개선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남녀 모두 30대 초반에서 혼인 건수가 많이 늘었다”며 “코로나19 기저 효과와 더불어 출산율 증대를 위한 정책 효과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연말께 출생아 수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은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서 “올해 출생아 수가 21만 8000명(중위 추계 기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3만 2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던 작년보다 출생아 수가 더 줄어든다는 전망이었다. 통계청은 한 부부가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올해 0.68명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월별 출생아 수가 반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하락 추세가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신혼부부 대상 주거 지원책을 필두로 한 저출생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출생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입시 경쟁이나 주거 불안정 문제, 인식 개선 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이 낳기를 꺼리는 기조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전날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출생아 수는 총 13만 7913명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2% 적은 수치이지만 최근 월별 증감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23만 명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올해 3월엔 출생아 수 감소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나 됐지만 4~5월과 7월엔 출산이 전년보다 늘면서 전년 누계 대비 감소 폭은 5%포인트 축소됐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연간 출생아 수가 23만 명을 살짝 웃돌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합계출산율도 0.7명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도 “아직 추세를 판단하긴 이른 것 같다”면서도 “최근 반등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이처럼 출생아 수가 늘어난 일차적인 배경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증가한 혼인 건수를 꼽는다. 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에 나선 부부들이 많다는 의미다. 혼인 증가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1~7월 누적 혼인 건수는 총 12만 88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1.2%나 늘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신고 일수인 평일 증가, 정책 효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혼인 건수가 늘면 자연스레 신생아 수도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저출생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대표적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아이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무주택·1주택 가구에 저리로 최대 5억 원까지 주택 구입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 액수는 출시 6개월 만에 7조 2252억 원을 기록했다.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부가 공동으로 육아휴직을 쓸 때 첫 6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6+6 부모 육아휴직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기존에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 첫 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100%를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던 것을 확대 개편한 정책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 영향에 주택 문제로 결혼을 미뤘던 부부들이 혼인에 나선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남성 육아휴직 촉진 측면에서 6+6 부모 육아휴직제도 영향을 줬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과 주거 안정 정책을 강화해 저출생 기조를 반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육아휴직급여를 월 최대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2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출산율 반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장기 대책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 정책에만 매달릴 경우 기껏 회복세를 나타낸 출산율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출생아 수의 깜짝 반등이 전체적인 인구 자연감소 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더욱 근본적인 출생율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출생아 수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고 해도 인구 자연감소 추세는 5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집값, 교육 개혁 등 구조적인 문제까지 어떻게 취급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정책 효과를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사회 구조와 인식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정부가 총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