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소벤처 R&D 사업 제대로 하려면

최성율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요즘 청소년들 메신저에서는 프로필 사진이 사라졌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을 통한 합성사진이 범죄에 악용되는 딥페이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딥페이크 문제가 불거지자 사이버보안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클레온이라는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아 딥페이크 판별, 원천 방지 기술개발을 수행한 바 있다. AI 반도체 세계 최고기업인 엔비디아와 협력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삼성전자·LG전자 등에도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납품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변화나 이슈를 선도하며 혁신성장하는 기업의 배경에는 중소벤처기업 R&D 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이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R&D는 5년간 누적 성과조사 결과 기술사업화 매출 17조 원, 수출 29억 달러, 일자리 창출 16만 개 등 국가경제 성장과 고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 R&D 투자를 지속 확대해 왔으나, 2024년 소규모 저성과 사업을 정비하고 혁신·도전 R&D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했다.


2025년을 준비하는 중소벤처기업 R&D가 문제점을 극복하고 혁신해 나가도록 국내·외 동향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혁신·도전 R&D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그간 중소벤처기업 R&D는 기업의 기술혁신 역량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R&D 저변확대에 치중해 왔다. 국가기술정책에 앞서 개별기업의 수요 충족 중심으로 운영한 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기부가 ‘전략기술 테마별 프로젝트’ 신설 등을 통해 딥테크 분야 지원을 확대하고 R&D 신규과제의 50%를 국가전략기술 및 탄소중립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인 시도다. 혁신·도전 R&D로의 지원방향이 명확해질수록 정부 R&D로서의 정체성과 성과가 강화되기 마련이다.


둘째, ‘연결과 확장’이다. 단일 부처, 국내에 국한했던 중소벤처기업 R&D를 전부처,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이다. 대학·연구소의 타 부처 R&D 성과를 기술사업화에 강점을 가진 중소벤처기업 R&D에 신속하게 연결·안착시킨다면 정부 R&D를 통한 기술혁신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국내에 국한되던 중소벤처기업 R&D를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공동협력으로 확장해 나간다면 글로벌 선도 혁신기업을 보다 많이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원방식의 다양화’이다. 정부 의존도가 높은 출연 중심 R&D 지원을 보완해 투자·융자 등 지원 방식 다양화가 필요하다. 정부 출연금은 혁신·도전 R&D에 집중하고, 연구개발 이후 사업화에 가까운 R&D는 융자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 기업 스스로가 성과를 극대화하도록 하면 정부 지원의 효율성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그간 중소벤처기업 R&D 확대에 따른 비효율을 극복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중소벤처기업 R&D에 앞선 제안들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머지않아 미래 혁신을 주도하고 국민의 자부심이 될 수많은 글로벌 혁신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