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때문에 쓸 급전인데…퇴직연금 중도인출 어려워진다

작년 상반기 중도인출자 3.2만명·1.2조
절반 이상, 주택 구입·주거 임차 목적
연금개혁, 중도인출 요건 강화키로
연금학회 조사, 찬 34% vs 반 30%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집 문제로 퇴직연금을 깨는 가입자가 다시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면 노후 대비가 어렵다며 제한 카드를 꺼냈다. 중도 인출 제한은 찬반이 팽팽한 논쟁적인 사안이다.


26일 국가통계포털인 코시스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퇴직연금 중도인출자는 3만2745명으로 직전 같은 기간 보다 2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액도 1조2145억 원으로 35.9% 뛰었다.


중도 인출 첫번째 이유는 주택구입으로 금액은 7358억 원이다. 이어 주거 목적 임차보증금이 308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중도 인출 금액 중 86%가 집 문제란 얘기다.


정부의 고민은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의 사업장 가입률은 2022년 기준 26.8%에 머물고 있다. 기업 별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도입률은 91.9%인 반면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은 4분의 1 수준인 23.7%에 그쳤다.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형태의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서도 퇴직연금 가입이 늘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결국 정부는 이달 연금개혁 추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퇴직연금 단계적 가입 의무화를 예고했다. 동시에 퇴직연금 개선안 중 하나로 중도 인출요건 강화를 꺼냈다. 무주택자의 주택구입 및 전세 임차, 본인 또는 배우자 6개월 이상 요양에 따른 의료비, 파산·개인회생 절차와 같은 중도 인출 사유 중 불필요한 요건을 선별할 방침이다. 대신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활성화해 중도 인출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제한에 대한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작년 11월 한국연금학회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퇴직연금 해지나 중도 인출 일부 제한에 대해 34.4%는 동의했고, 29.9%는 동의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