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中 경기침체…명품 소비 끊고 ‘짝퉁’ 산다

CNN “중국 복제품 시장 큰 성장” 보도
실업 늘고 급여 ‘반토막’에 소비

베이징 쇼핑센터의 중국인 모습. AP연합뉴스


최근 중국에서 고가 명품을 모방한 이른바 ‘짝퉁’ 상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최대 명품 시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경기 침체가 점차 악화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품 구매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CNN 방송은 시장조사기관인 ‘민텔’을 인용해 소셜미디어에서 짝퉁(dupe)에 대한 검색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세 배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인기를 얻는 짝퉁들은 외견상 진품과 거의 유사하거나 유명 제품의 핵심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만든 것들이다. 진품보다 가격이 크게 낮다는 점에 대중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약 750위안(약 14만 원, 106달러)에 판매되는 ‘룰루레몬’ 요가 바지와 유사 상품들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수십 개씩 올라온다. ‘룰루’라는 이름을 부착한 이들 상품의 가격은 5달러에 그치는 수준이다.


대중들이 짝퉁에 관심을 두는 건 악화하는 중국 경기침체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가파른 경제 성장에 힘입어 중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했지만 성장세가 급격하게 꺾이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그만큼 대중들은 명품을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진단이다.


실제 광저우의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며 한 달에 3만 위안(약 570만 원, 4230달러)를 벌던 정지웬씨의 올해 급여는 절반으로 줄었다.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등 브랜드 제품을 많이 소비했지만 이제는 유사 복제품들을 사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충칭의 초등학교 수학 교사 신신씨도 에스티로더 화장품을 많이 썼지만 최근 대체재를 찾아 쓰고 있다고 한다. 에스티로더 제품은 30㎖에 720위안(100달러)이지만 그가 새 상품은 20㎖에 약 100위안(약 14달러)에 그친다. CNN은 “이들은 일자리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 개선이 길어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비관적인 생각이 우세한 모습이다. 소비자신뢰지수는 6월 86.2에서 7월 86.0으로 하락했는데 이는 2022년 11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85.5)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을 다시 개방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소비자 심리는 여전히 바닥에 머문다는 의미다. 광저우의 33세 자영업 사업가 니콜 할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인해 지출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치품과 비싼 화장품, 비싼 옷 사는 것을 멈췄다”며 “외식도 하지 않는 대신 일주일에 최소 4일은 직접 요리한다”고 말했다.


소비 위축은 중국 경제의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소비 감소의 악순환으로 많은 투자은행들의 중국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공식 목표인 5%보다 낮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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