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2단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공급했던 SK하이닉스는 6개월 만에 12단 제품까지 본격 생산에 들어가며 기술 리더십을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2단 HBM3E 양산 제품을 연내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세계 1위 인공지능(AI)용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의 승인(퀄) 테스트를 통과하며 대량생산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 진화한 HBM3E의 양산으로 예고됐던 AI 반도체의 겨울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심지어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의 속도·용량·안정성 등 모든 성능이 세계 최고 수준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품의 동작 속도는 현존 최고인 초당 9.6Gb(기가비트)다. 이 제품을 4개 탑재한 단일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인 ‘라마3 70B’를 구동할 경우 700억 개의 전체 파라미터를 초당 35번 읽어낼 수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칩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보다 더 얇게 만든 12개의 D램을 8단 제품과 동일한 두께로 쌓아 올리면서 용량은 50% 늘렸다. 회사는 자사의 핵심 기술인 어드밴스드 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MR-MUF) 공정을 개선해 이번 제품에도 적용했다. 얇아진 칩을 더 높이 쌓을 때 생기는 구조적 문제도 해결했다.
한편 D램 시장 3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두며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메모리 피크론 우려를 불식시켰다. 마이크론은 25일(현지 시간) 올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한 77억 5000만 달러(약 10조 3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76억 6000만 달러)를 가뿐하게 넘긴 수치다. 영업이익은 15억 2200만 달러로 직전 분기 실적보다 111.7% 늘어났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데이터센터 D램 제품과 HBM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