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1.9만톤…고준위법 제정해 처분시설 확보해야"

고준위방폐물 지역 순회 설명회
원전서 전기생산 후 남은 폐연료
韓 전세계 보관량 5.6%, 세계 5위
6년후 임시저장 포화…특별법 시급

백민훈(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장이 26일 대전 KW컨벤션에서 열린 ‘고준위방폐물 지역 순회 설명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너지정보문화재단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임시 저장 중인 1만 9000톤에 달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임시 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돼 자칫 멀쩡한 원전을 멈춰 세우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민훈 한국원자력연구원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장은 26일 대전 KW컨벤션에서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공동 주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역 순회 설명회’에서 “반세기 동안 미래 세대에게 전가해온 고준위 방폐물에 대한 관리 책무를 더 이상 방기해서는 안 된다”며 “20년에 걸친 집단 지성의 산물인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에서 전기 생산을 마치고 남은 폐연료다. 높은 방사능 농도와 고열 때문에 안전한 폐기가 필수인데 지금까지는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수조 등)에 넣어 열을 식히고 방사능 농도가 낮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지난해 말 기준 총 1만 8929톤이 원전 내에 임시 저장돼 있다.



백민훈(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장이 26일 대전 KW컨벤션에서 열린 ‘고준위방폐물 지역 순회 설명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너지정보문화재단

백 소장은 “국내의 사용후핵연료 보관량은 전 세계 총보관량의 약 5.6% 수준”이라며 “미국·캐나다·러시아·일본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로, 국민 1인당 관리 부담도 366g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4기의 원전이 국내에 건설 중이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최대 3기의 신규 원전 건설도 추진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국내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원전 내 사용후핵연로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 시기가 2030년부터 도래하는 점도 우려했다. 최악의 경우 저장 공간이 모자라 멀쩡한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재학 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사업본부장은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 2037년 월성원전본부 내 임시 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를 맞는다”며 “국제사회가 채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 관리 방안인 심층 처분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부지 선정 실패 사례에 비춰볼 때 유치 지역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은 고준위 처분 시설 확보의 선결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특별법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후 이번 국회에 다시 발의됐다.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고준위 처분 시설이 언제 준비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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