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책무구조도 도입에 거는 기대

공준호 금융부 기자


최근 신한은행이 금융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시범 운영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금융권의 책무구조도 도입이 본격화됐다. 다른 주요 은행도 조만간 책무구조도 작성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말까지 시범 운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문서다. 각 임원들은 본인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책무구조도는 11월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초 지주·은행을 시작으로 향후 3년간 금융투자업·보험업·여신전문금융업·저축은행업 등 모든 금융업권에 도입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은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근본적인 금융권의 내부통제 행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각종 금융 사고로 업권에 대한 외부 신뢰가 저하되고 피로감이 높았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까지 5대 은행에서 적발된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 사고는 모두 25건이며 사고 규모는 1130억 원 수준에 달했다. 우리은행에서는 직전 지주 회장 친인척과 관련한 부적정 대출이 문제가 돼 현재 금융감독원 검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차례 이어진 사고 때마다 금융 당국과 금융권 스스로는 내부통제 강화를 외쳐왔다. 하지만 모호한 책임 소재 때문에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후속 조치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모호함을 명확하게 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이 바로 책무구조도 도입의 취지다.


무엇보다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금융권 내부의 조직 문화에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금융사 임직원 스스로가 사고 예방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추는 것이 내부통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임원에게 과도한 책임이 몰릴 것을 우려하지만 금융 산업의 근간인 신뢰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으로 제도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오랜 시간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이것을 생각한다면 당신은 다르게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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