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공시'만 했다고 탈락…금융지주 '밸류업 기준' 논란

주주환원책 발표한 KB·하나
이행 공시 안했다고 편입 실패
업계 "관치금융에 발목" 지적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코리아 밸류업지수의 구성 종목 및 선정 기준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코리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지수’에 신한·우리금융만 편입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지수 편입에 실패한 KB금융(105560)과 하나금융 모두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음에도 고배를 마신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금융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관치’에 의해 금융지주가 장기적인 저평가 주식에 머무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 가운데 신한·우리금융만 밸류업지수 편입에 성공한 표면적인 이유는 밸류업 이행 방안을 공시했는지 여부다. 신한금융은 7월 주식 수를 2027년까지 현 5억 주에서 4억 5000만 주로 줄여 주식 가치를 높이고 주주 환원율도 50%까지 높이겠다는 밸류업 방안을 공시했다. 우리금융도 같은 달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달성 △총주주 환원율 50%까지 확대 등을 담은 중장기 밸류업 목표를 선보였다. 반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5월과 8월 밸류업 이행 방안을 4분기에 발표하겠다는 일정만 공개했는데 이것이 밸류업지수 편입의 성패를 갈랐다는 것이다. KB·하나금융 측은 이르면 10월로 예고했던 밸류업 이행 방안을 차질 없이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은 5월 금융을 포함한 전 산업권 최초로 밸류업 예고 공시를 했고 총 7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주주 환원책을 7월에 발표하기도 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도 30%대의 주주 환원율과 6% 내외의 배당수익률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됐다”며 “주주가치 제고 의지와 계획을 갖춘 곳을 배제하는 것은 밸류업지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사를 밸류업 잣대로 평가하기보다 대표적인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꼽히는 금융지주의 가치를 높이는 대책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4대 금융의 2022~2023년 평균 PBR은 0.37배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의 ‘관치 리스크’를 이유로 꼽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이익을 내거나 주주 환원을 확대할 때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거는 관행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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