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문 기관의 장으로서 최근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AI 관련 주가가 왜 떨어지냐는 것이다. 연일 AI의 승전보만 들리는데 AI 주가가 떨어지는 게 이해되지 않는 눈치다. 이게 혹시 버블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질문도 뒤따른다. 신이 아닌 이상 주가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재간은 없지만 산업혁명 이후 주요 신기술의 사례를 보면 최근 AI 주가의 변동이 별로 새로울 게 없다.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의 거품과 붕괴는 인프라에서 시작됐다. 1800년대 초 운하와 철도망이 각광을 받으면서 관련 주가가 폭등했다가 대폭락을 겪었다. 1881년에는 에디슨전기회사의 주가가 무려 1000달러로 뛰었으나 테슬라의 교류 전기가 승리한 후 휴지 조각이 되기도 했다. 1900년대에 들어서자 자동차 붐을 타고 미국에만 자동차 회사가 1556개로 늘었다가 대공황 이후 거의 전멸했다. 당시 자동차 투자 중 1%도 본전을 건지지 못했다고 한다. 가깝게는 1980년대 초에 폭등했던 바이오 주가가 75% 이상 폭락하기도 했고 1990년대 말에는 닷컴버블 붕괴를 경험을 하기도 했다.
재밌는 사실은 이 기술들이 대부분 현재 세계를 이끄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이다. 수익성도 매우 좋다. 지금 보면 기술은 버블이 아닌데 주식은 거품 붕괴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있다. 그중 하나가 ‘확산의 불확실성’이다. 작은 규모에서는 효과가 확실하지만 이것을 대규모로 확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신기술 주식의 가격 폭등과 폭락이 온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높은 비용, 사용의 어려움 등으로 널리 활용되지 못하면 사장되기 마련이다. 버블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의 가치는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증명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AI가 버블이냐고 묻는다면 분명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버블은 혁신이 부족할 때 생긴다. AI는 역사상 그 어떤 기술보다 혁신적일 뿐 아니라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다만 AI도 확산의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가치 창출에는 이견이 없지만 언제 널리 확산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여기서 확산은 이용자 수만 늘린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 방식과 사회시스템까지 바뀌어야 한다. 챗GPT가 2개월 만에 1억 명의 이용자를 모았지만 이게 진정한 의미의 확산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확산은 사람들이 AI를 사회경제 활동의 핵심 수단으로 사용할 때 달성된다. 인터넷이 멈추면 세상이 멈추듯이 AI를 필수품으로 만드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그 시기가 언제 오느냐를 두고 AI 주가도 등락을 거듭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