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때 유니콘팜을 통해 6개의 입법이 추진이 됐지만 그 어느 하나 국회의 마지막 문턱까지 넘지는 못했습니다. 22대 국회 유니콘팜에서는 국회 문턱을 넘는 성과를 꼭 거두고 싶습니다.”(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유니콘팜 공동대표)
국회 내 초당적 스타트업 지원·연구 단체인 유니콘팜이 본격 출범했다. 이달 25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출범식에는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유니콘팜 공동대표)과 배현진 공동대표 외 다수의 현역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고금리로 인해 위축기에 들어선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를 부흥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현역 의원들은 신산업과 직역 단체 간 갈등 해소를 이번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뽑았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스타트업 지원 단체에서는 규제 개선을 통한 벤처 투자 시장 확대를 국회에 주문했다.
유니콘팜은 2022년 11월 여야 국회의원 11명이 모여 출범한 단체로 스타트업 지원과 연구를 주목적으로 한다. 신산업을 개척하는 스타트업들의 사업이 각종 규제와 직역 단체와의 갈등으로 겪는 어려움에 공감한 강 의원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22대 국회 유니콘팜은 강 의원, 배 의원 등 2명의 공동대표와 2명의 연구책임의원(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 18명의 현역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이 중 10명의 의원과 스타트업 관계자 110여 명이 참석했다.
유니콘팜 소속 의원은 법안 발의를 넘어 본회의 통과까지 추진해 규제 개선을 실질적으로 이뤄내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21대 국회 유니콘팜에서 6개의 법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했지만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국민의 삶과 효용이 달라지는 법안을 어떻게 만들지 스타트업들과 함께 비전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겠다”며 “유니콘팜은 하나의 플랫폼이 돼 스타트업과 국회의원을 직접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에서 발제를 맡은 스타트업 지원 단체에서는 규제 개선을 통한 벤처 투자 시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주문했다. 올 상반기 벤처 투자 시장은 ‘혹한기’에 가까웠던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정부 출자에 의존적이고 세계 주요국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용균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위원회 위원장(알스퀘어 대표)은 “벤처 투자가 1원 늘어나면 GDP는 2.6원 늘어날 정도로 벤처 투자의 경제적 효과는 크다"며 “퇴직연금의 벤처 투자를 허용하고 국민연금의 벤처 투자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튿날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토론회에서는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스타트업이 가지는 역할을 강조하며 벤처 투자 활성화 의지를 표명했다.
김 차관은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 다시 뛰는 대한민국’ 토론회에 참석해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투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토론회는 스타트업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창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김종민 의원, 이상권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디지털경제3.0포럼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출범 8주년을 맞았다.
김 차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스타트업은 기업의 시작을 넘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혁신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며 “중기부는 스타트업 주무부처로서 딥테크 스타트업 지원, 지역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혁신 거점 조성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다양한 의견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개선하고 나아가 스타트업들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으로 커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범 부처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을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 3대 창업 대국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국내 벤처 투자 업계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Fed)가 최근 단행한 ‘빅컷(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따른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리가 내려가고 이에 따라 국내 금리도 내려가면 시중 유동성이 늘어 벤처·스타트업 대상 투자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서울경제신문에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정기예금 금리와 벤처 투자의 기대 수익률 간 차이가 적어져 벤처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리 하향에 따라 안전상품 매력도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 수익과 리스크를 동시에 가신 벤처 투자로 자금이 일부 들어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또한 “올 상반기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이 다소 살아났지만 이는 워낙 좋지 않았던 지난해의 기저효과에 따른 부분이 크다”며 “한은이 글로벌 기조에 따라 금리를 내리고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면 당연히 국내 벤처 시장도 회복세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벤처·스타트업은 대부분 외부 자금을 조달해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확장한다”며 “금리 인하에 따라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면 다소 주춤했던 국내 창업 시장도 반등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