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6조 원의 사상 최대 세수 결손에 이어 올해도 30조 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불가피해졌다. 26일 기획재정부의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세입예산은 당초 예상치인 367조 3000억 원보다 29조 6000억 원 부족한 337조 7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 세수가 14조 5000억 원 줄어들고 양도소득세도 당초 목표보다 5조 8000억 원이 덜 걷힐 것으로 추정됐다. 유류세 인하 조치(4조 1000억 원), 종합소득세 감소(4조 원) 등도 주요 결손 항목이다. ‘쇼크’ 수준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지만 기재부는 뾰족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최후 수단인 국채 발행은 염두에 두지 않고 우선 기금 여유 재원 활용, 예산 불용 등의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등 재정에 비상등이 켜졌음에도 야당들은 10·16 재보선을 앞두고 현금 지원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군수 재선거가 이뤄지는 전남 영광과 곡성에서 조국혁신당이 전체 군민들에게 각각 120만 원,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자 더불어민주당도 연간 100만 원씩의 주민기본소득 공약으로 맞불을 놓았다. 돈으로 표심을 사겠다는 행태도 문제이지만 재원 마련 방안도 뚜렷하지 않다. 그동안 탈원전을 주장해왔던 두 야당이 한빛원전에서 나오는 지역자원시설세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러나 이 재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용처가 제한된 세금을 특정 군민만을 위해 쓰도록 법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권이 이미 추진해온 전 국민 25만 원 지급(민생회복지원 특별법)이나 쌀값 하락분 보전(양곡관리법)보다 한술 더 떠 노골적인 선심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이러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받고 5만 원 더’ 이런 식으로 얼마 주겠다는 것은 선거가 아니라 경매”라고 비아냥댄 것이다. 정부는 대규모 세수 결손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밝히고 효율적으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야당들도 퍼주기 선심 정책을 접고 건전재정을 위해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