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벗어난 태영건설…유동성 토대로 경영정상화 속도


태영건설(009410)이 2023년 재무제표 재감사와 자본잠식 해소에 대한 추가 감사를 완료했다. 재무 여력을 확보해 기착공한 사업에도 속도를 내는 등 경영정상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최근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전년도 재무제표에 대해 재감사를 마치고 '의견 적정'을 받을 전망이다.


태영건설은 2023년 사업연도 결산 결과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626억 원을 기록해 자본금 전액 잠식 상태를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들의 예상 결손과 추가 손실 충당 부채 등을 반영한 여파였다. 이에 따라 외부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거절'을 받으며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태영건설은 채권단 협의가 마무리된 지난 6월부터 주식 감자와 자산 처분 등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왔다. 경영책임을 고려해 대주주는 100대 1, 기타주주는 2대 1 비율로 차등감자를 실시해 기존 4020만 1240주였던 발행주식을 1212만 4035주로 줄이고 금융채권자를 대상으로 출자전환을 진행해 2억 7399만 5695주의 신주를 발행했다.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등 총 15곳의 금융채권자가 기존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최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대여한 약 3350억 원 규모 대여금 채권도 만기가 긴 영구채로 전환했다. 발행사가 만기를 계속 연기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채다.


자산 매각도 이어왔다. 여의도 사옥과 골프장 디아너스 CC, 물류 자회사 등을 매각하며 현금을 잇따라 확보했다. 최근에는 수처리업체 에코비트를 IMM컨소시엄에 2조 700억 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계 사모펀드 KKR로부터 대여한 4000억 원을 갚기로 했다. 이같은 노력에 따라 태영건설의 차입금은 올해 3월 말 3조 821억 원에서 6월 말 2조 1027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본금도 약 4250억 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태영건설은 이처럼 확보한 유동성을 토대로 기존 사업에 속도를 내고 공공공사 중심으로 신규 수주를 늘려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는 것이 목표다. 2조 3000억 원 규모 '마곡 원그로브'도 준공을 마치고 공사 잔금 회수를 앞두고 있다. 워크아웃 이후 컨소시엄 간 금융비용 갈등이 불거지고 대주단 사이에서도 매각 검토로 이견이 컸던 사업장이다. 4150억 원 규모 백암빌딩 개발사업 역시 PF대출 만기를 내년 6월로 연장하고 책임준공 기간을 현실화하는 등 안정화 수순에 들어섰다.


다만 부천 군부대 이전 사업 등 아직 처분하지 못한 사업장들은 변수다. 약 1964억 원의 미수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3000억 원 규모 PF대출에 대해 이자비용도 매달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금리인하와 만기연장, 연체이자 소급 면제 등을 대주단과 협의할 계획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실 PF사업장이 대거 재구조화 되면서 자금시장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 분위기"라며 "연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만큼 시장이 활성화되면 (태영건설의)사업장 매각도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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