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현직 수장들이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놓았다. 물가와 고용이 개선되면서 미국 경제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구역(goldilocks zone)’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고용시장을 튼튼하게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연착륙의 길이 있다고 믿었다”며 “경제지표는 이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착륙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도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이날 “고용시장과 물가·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연준은 여러 상황 가운데 가장 좋은 시나리오인 연착륙을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은 다만 “아직 그럴 징후가 보이지 않지만 새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사람들의 자신감이 떨어져 실업률이 오를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경계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특히 연준이 올해 남은 두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총 50~75bp(bp=0.01%포인트) 더 내릴 수 있다고 봤다. 물가가 안정된 만큼 올해 한 차례가량 추가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할 여력이 있다고 본 셈이다. 앞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5% 올라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8월 전년 대비 2.7% 올라 전망치(2.7%)와 부합했다.
고용과 성장 지표도 견조한 흐름이다.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와 동일하게 전기 대비 연율 3.0%를 기록했다. 1분기(1.6%)의 2배 가까이 개선된 셈이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은 자체 예측 모델에서 미국 GDP가 3분기에도 2.9% 올라 잠재성장률(약 1.8%)을 상회할 것으로 봤다.
고용시장에서는 우려했던 대량 해고 사태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미국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21만 8000건으로 직전 주 대비 4000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 전문가 예상치(22만 4000명)를 밑돌았으며 4개월 내 최저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경제 흐름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프샌들러의 분석가 앤디 라페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제 둔화를 초래할 수 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세금 정책은 중·저소득층에는 순풍이 되겠지만 고소득층에는 소비 위축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