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대중 스포츠가 되려면 어떤 방안들이 필요할까.’ 골프를 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한번쯤 생각해봤을 문제다. 코로나19 시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스포츠는 골프였고 엔데믹 전환 후 이른바 MZ세대가 상당수 떠나간 골프와 골프 산업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고군분투 중이다.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서울에서 열린 2024 서울경제 골프산업 포럼에서는 골프계 각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 ‘K골프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묻는다’를 주제로 의견을 공유했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축사에서 “국내 골프 산업 규모는 2022년 기준 21조 원으로 단일 종목으로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정부도 골프장 이용 가격 안정화와 혁신적인 용품·서비스 개발 지원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골프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박창열 한국골프장경영협회장은 “불합리한 규제와 골프장 방문객의 해외 유출 등이 업계가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이라며 “진정한 골프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오늘 포럼 같은 기획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김유겸 서울대 스포츠경영학 교수는 ‘K골프 산업 위기 요인과 대처 방안’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일반적인 위기 요인을 넘어 ‘비교 프레임’의 변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해 주의를 끌었다.
김 교수는 “골프의 이미지가 ‘과시적 소비’에 쏠릴 경우 성장이라는 키워드와 가까워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골프를 ‘좋은 운동’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운동 효과가 더 즉각적인 운동과의 비교에서 큰 공감을 얻지 못한다. 스포츠의 영역 안에서만 비교할 게 아니라 게임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것도 골프 산업 성장의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게임·스마트폰 중독이 굉장히 해롭다고 하죠. 이런 행동 중독은 대체재를 줘야 해결됩니다. 그 대체재가 다른 게임과 스크린골프 중 하나라면 당연히 부모는 스크린골프를 선호하겠죠. 이런 식의 비교 프레임 변화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태권도를 예로 들며 벤치마크의 포인트를 짚기도 했다. 전국에 태권도장이 1만 개에 이를 만큼 성업 중인 이유로 “태권도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줄넘기, 예절 교육을 시키고 같은 건물에 다른 교과 학원도 있다는 게 크다”고 분석한 그는 골프 분야에서도 ‘스크린골프가 유년기 뇌 발달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같은 연구가 나오면 골프 산업 발전에 굉장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어릴 때부터 접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다. 골프가 공교육의 영역에 진입한다면 대중화는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은퇴한 골프 스타) 미셸 위가 스탠퍼드대에 골프 특기생으로 간 게 아니다. 스탠퍼드는 입학생을 뽑을 때 수월성 평가에 골프를 특별히 잘한다는 사실이 제도적으로 반영되도록 한 것”이라며 “우리 입시 제도도 그런 식으로 개편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골프 산업 발전 사이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나이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 골프인 만큼 골프 산업에도 기회 요인으로 보이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40세를 넘긴 게 채 100년이 안 됐고 고령층에 운동하는 문화가 퍼진 것도 10년이 안 됐다. 안 하던 골프를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시작하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며 “마케팅을 통한 행동 특성의 변화가 가장 더딘 연령층 또한 고령층이다. 이런 제약 요인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경제신문·서울경제TV가 주최하고 서울경제 골프먼슬리가 주관했으며 문체부와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