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휴전안' 걷어 찬 이스라엘…美와 불협화음

'원칙적 합의' 한다던 네타냐후
이 극우내각 반대에 입장 바꿔
수용 낙관하던 미국측은 '당혹'
레바논 이번주에만 700명 사망
휴전 여지 남겼지만 성사 미지수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 앞에서 반전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상화를 들고 중동 내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27일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가운데 곳곳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휴전을 놓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마찰을 빚고 있다. 서방이 미국 주도로 3주간의 휴전안을 마련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도 지지를 표명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 측이 레바논 공습은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휴전안 논의 여지는 남겨둬 귀추가 주목된다.


27일(이후 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 팀은 미국의 (휴전) 제안과 사람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공동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며 “앞으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이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에 휴전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달 25일 미국과 프랑스 등이 제시한 21일 동안의 휴전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한다고 했다가 내각 내 극우 세력의 반발로 입장을 바꿨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휴전은) 미국과 프랑스가 제안한 것으로 (네타냐후) 총리는 응답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과 프랑스 등이 25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즉 네타냐후와의 사전 조율을 통해 휴전이 임박했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이를 일축한 것이다.


휴전안 수용 가능성을 높게 봤던 미국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26일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동맹국들과 며칠간의 회담 끝에 전날 밤 이 같은 휴전안을 도출했다. 이스라엘이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휴전안에 합의할 것이라는 믿음은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총회 참석차 26일 뉴욕에 도착해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흔들렸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은) 최대한의 전력으로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등지에 폭격을 이어가면서 사상자 수는 나날이 늘고 있다. 이번 주 사망자만 700명이 넘는 것으로 레바논 보건부는 집계했다.


이날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에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안 논의를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이 지역의 안보에 미국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에 관한 미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스라엘 측은 미국 주도의 휴전 제안 목표를 공유하고 앞으로 수일간 휴전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휴전안이 실제로 수용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헤즈볼라도 휴전안을 수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걸리는 조건이 있어서다.


26일 NYT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북쪽 국경을 따라 짧은 기간의 평온, 그 이상을 원한다.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영구적으로 철수하고 이스라엘 지역사회에 로켓 발사를 중단하기 원한다”며 “헤즈볼라도 하마스가 싸우는 동안 이스라엘과 전쟁을 중단한다면 지지자들로부터 원칙과 동맹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