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활약했던 영국 배우 매기 스미스가 27일(현지시간) 런던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

BBC 방송·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배우인 두 아들 토비 스티븐스와 크리스 라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어머니는 오늘 이른 아침 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며 "가족과 친구가 임종했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1934년 잉글랜드 태생으로 1950년대 영국 연극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70여 년간 영미권 연극·영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아카데미상 2차례와 에미상 4차례, 토니상을 석권했다.

아카데미상으론 1969년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로 여우주연상을 1978년 '캘리포니아의 다섯 부부'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또한 '오델로', '전망좋은 방', '고스포드 파크' 등 후보에 오른 것도 여러 차례였다.

1978년 수상 당시 동료 배우 마이클 케인은 "매기는 이 영화를 그냥 훔친 게 아니라 대형 중절도를 저질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미스는 세련되고 우아한 드라마부터 신랄한 희극 연기까지 훌륭하게 소화하는 배우로 평가받았다. 때때로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기며 '신스틸러'로 불렸다.

노년기에 들어선 2000년대 이후로도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깐깐하면서도 따뜻한 맥고나걸 교수 역으로 활약하며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어 시대극 '다운튼 애비' TV 시리즈에서 꼬장꼬장한 노(老)백작부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도 했다.

스미스는 노년에 맡은 역할을 "괴팍함의 연속"이라고 표현하면서 왜 맥고나걸 교수 역을 맡았는지 질문에 "해리 포터는 내 연금"이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1990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경(Sir)’의 여성형 훈작인 ‘데임’ 칭호를 받은 바 있다.

찰스 3세 국왕은 성명에서 "국가의 보물에 막이 내렸다"며 "존경과 애정을 담아 그의 수많은 위대한 연기, 무대 안팎에서 빛난 온정과 재치를 전 세계와 함께 기린다"고 애도했다.

유족으로는 두 아들 토비 스티븐스와 크리스 라킨, 다섯 명의 손주가 있다. 스미스는 동료 배우였던 로버트 스티븐스와 첫 결혼에서 두 아들을 얻었다. 이혼 후 극작가 베벌리 크로스와 재혼했다가 1998년 사별했다.

매기 스미스가 세상을 떠난 것은 지난해 9월 27일 '해리 포터'에서 호그와트 교장 덤블도어 역을 맡은 배우 마이클 갬본이 별세한 지 1년 만이다.

스미스의 부음에 각계에서 애도가 쏟아졌다.

'해리 포터' 원작 작가인 조앤 K(J.K) 롤링은 엑스(X·옛 트위터)에 "어쩐 일인지 나는 그분이 영원히 사실 거라 생각했다"며 "데임 매기 스미스, 편히 쉬소서"라고 썼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고인은 훌륭한 재능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으며 대대로 소중히 여길 진정한 국가의 보물"이라며 말했다.

'다운튼 애비'에서 아들인 그랜섬 백작을 연기한 휴 보네빌은 "매기와 단 한 장면만 같이 찍은 사람이라도 그분의 날카로운 눈빛과 재치, 강력한 재능을 봤을 것"이라며 "그분은 진정한 전설이었다"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