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K잠수함…59조 캐나다·7조 폴란드·2조 필리핀 사업 출사표 [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59조원 캐나다 수주전 한일 경쟁 될 수도
한화오션 ‘장보고Ⅲ 배치-Ⅱ’ 내세워 공략
HD현대중공업, 국내 컨소시엄 구성 입장
향후 10년 잠수함·함정 시장 325조 전망

지난 2023년 9월 폴란드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잠수함 기술력을 설명하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 사진 제공=한화

K방산의 대표 주자인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이 이번에는 캐나다와 폴란드, 필리핀 등 3개국이 발주하는 68조 원 규모 잠수함 도입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수주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9 자주포와 K2 흑표전차 등 지상전 명품 무기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K-방산이 이제는 바닷속까지 영역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잠수함 수출을 위해 캐나다와 폴란드, 필리핀 등이 발주하는 3개 프로젝트를 차기 해외시장 공략 1순위로 확정하고 수주 경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잠수함 도입이 예상되는 국가별 사업 규모는 △캐나다 12척(3000t급) △폴란드 4척(3000t급) △필리핀 2척(중형) 등이다.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다. 캐나다 해군이 퇴역은 앞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3000t급 신형 디젤 잠수함(12척)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만 약 59조 원(600억 캐나다 달러)에 달하며, 계약자 선정은 이르면 2026년 발표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받아놓고 있다. 두 조선사 모두 참여 의지를 강하게 밝힌 상태로 총 사업금액은 유지·보수를 포함한다. 1척당 건조 비용은 약 2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의 관건은 ‘잠항능력’이 꼽힌다. 캐나다 해군은 태평양을 비롯해 대서양, 북극해 등 광범위한 해안선을 방어해야 하는 만큼 긴 잠항 능력을 요구 제원에서 중시하고 있다. 아울러 △공기불요추진체계(AIP) △미군 장비와의 호환 및 후속 지원 등도 요구 사항이다.


이 때문에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 보다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 요구 사항은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을 제시하면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산소 공급 없이도 운항이 가능한 ‘공기불요 추진장치(AIP)’를 갖춘데다 리튬이온 배터리만으로도 구동이 가능한 강점을 갖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입장이지만, 한화오션은 경쟁사가 아닌 협력사와 연대해 독자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기조다.


캐나다 사업 수주전 관건은 ‘잠항 능력’

방산업계는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은 국내 경쟁 보다는 오히려 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조달청과 해군 참관단 등이 포함된 잠수함 실사단은 최근 일본에 들려 미츠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해상자위대 등을 방문해 일본의 주력인 ‘타이게이급’ 잠수함의 건조와 운용 실태 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난 5월 한국에도 캐나다 잠수함 실사단이 방문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해군잠수함사령부 등을 찾아와 잠수함 제조, 수리, 훈련체계 등을 견학하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 잠수함과 박빙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나토의 함정 감항인증 제도를 채택한 캐나다 요구에 맞는 수준의 국제적 감항 인증기술이 K잠수함에 적용돼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민간 선박과 민·군 항공기에 대해선 각 법률을 통해 감항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함정 체계는 관련 법률과 제도, 기준 등이 정립돼 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한국과 일본 이외에도 프랑스와 독일, 스웨덴, 스페인도 잠수함 명가(名家)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수주전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현지업체와 수주전 협력 도모

폴란드 해군도 ‘오르카(ORKA) 프로젝트’로 알려진 3000t급 신형 디젤 잠수함 4척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1986년 도입된 노후화된 ‘킬로급’ 잠수함 1척을 교체하기 위한 것이다. 방산업계에서 1척당 약 2조 원의 건조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 사업 규모는 4조 ~7조 원 수준이다. 폴란드 해군은 요구 조건으로 △30일 이상 작전 지속 능력 △200m 이상 잠항 △어뢰·기뢰 무장과 지상·해상·수중 목표물 타격 능력 등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한화오션은 독자 설계한 3000t급 ‘장보고-Ⅲ’ 잠수함을 내세워 폴란드 군 당국의 이목을 끌 계획이다. 동시에 사업 수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 방산그룹 WB와 잠수함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외에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 영국 밥콕 등과 MRO(유지·보수·정비) 계획을 수립하는 등 현지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폴란드 현지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에서 한화그룹의 방산계열 전시 부스의 대표 모델로 잠수함인 ‘장보고-Ⅲ배치-Ⅱ’를 진열했다. 한화시스템도 장보고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 체계를 주요 콘텐트로 내세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화 전시관은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육상 무기 위주였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며 잠수함 수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장보고-Ⅲ배치-Ⅱ는 무장으로 중어뢰를 비롯해 대함·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한 어뢰 발사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대가 기본 장착돼 있는 동급 최강의 잠수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잠수함용 리튬이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연료전지기반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동력원으로 최대 3주간 잠항이 가능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필리핀 해군 소요 맞춰 개량 모델로 공략

필리핀도 중형급 잠수함 2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사업 규모는 약 2조 원 수준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잠수함 도입 사업에는 유독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유일하게 필리핀에게 함정을 수출한 경험을 전면에 내세워 수주전에 심혈을 다하고 있다. 실제 필리핀 정부는 해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위해 호위함 6척과 초계함 12척을 확보하는 ‘호라이즌(Horizon) 사업’을 추진하면서 HD현대중공업에 호위함 2척(2016년), 초계함 2척(2021년), 원해경비함(OPV) 6척(2022년) 등 총 10척의 함정을 발주한 바 있다.


한화오션 역시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 ‘ADAS2024’에서 2800t급 잠수함 ‘장보고-Ⅲ PN’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을 펼쳤다.


장보고-Ⅲ PN은 우리 해군이 사용하는 ‘장보고-Ⅲ’를 필리핀 해군 소요에 맞춰 개량한 모델로, 부스를 방문한 필리핀 해군 당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화오션은 판매를 비롯해 유지·보수·정비(MRO), 승조원 교육·훈련 등 모든 운용단계를 담은 솔루션도 함께 제공하는 방안을 내세워 수주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이나 HD현대중공업 중 한 곳이라도 캐나다 혹은 폴란드, 필리핀 잠수함 사업을 수주한다면 인도네시아에 그쳤던 수중 방산 영역을 북태평양과 북대서양, 발트해, 남태평양 등 선진 방산시장으로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 한국의 잠수함 수출 사례는 인도네시아 6척(3척 건조 중)이 유일하다.


주목할 점은 K잠수함의 수출 역사를 새롭게 쓰면 향후 확대될 잠수함 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업계에 따르면 향후 10년 간 전 세계 잠수함과 수상함 시장 규모는 325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면서 공중 분야 뿐만 아니라 수중, 특히 잠수함 분야의 수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방산업계가 다른 나라와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금융 지원을 위한 만큼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 등 국가적, 제도적 지원 강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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