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현수막을 붙여가며 실종된 딸 혜희양을 25년간 애타게 찾던 송길영(71)씨가 지난달 2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종아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실종아동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지난 2005년 ‘실종아동법’이 제정되면서입니다. 앞선 2002년 ‘개구리 소년’ 5명의 유골이 실종 11년 만에 발견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결과인데요.
그 이후로도 법·제도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폐쇄회로(CC)TV가 발달하면서 발생 건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한 해 2만 5000명이 넘는 실종아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폴리스라인에서는 실종아동 현황과 제도적 미비점 및 개선 방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아동 실종 접수 건수가 2만 6000건에 육박해 전년을 제외하면 1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 18세 미만 아동 실종 접수 건수는 2만 5628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2만 6416명) 대비 소폭 줄었지만 1만 9000~2만 1000건 대 등락을 거듭하던 2014~2021년과 비교하면 많다. 실종아동 접수 건수는 2011년(2만8099건)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발생한 실종 접수건 중 미해결 사건은 총 72건이었다. 이외에도 2019년 3건, 2020년 5건, 2021년 3건, 2022년 12건이 미제 상태로 남아 있다.
올해 7월 기준 실종 신고 후 1년 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은 1094명에 달한다. 이 중 93%인 1020명은 20년 이상 실종된 상태다.
정부는 2005년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사업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제정 이후 실종아동 예방과 장기 실종아동의 조속한 발견을 위해 △실종경보 문자 안내 △사전지문등록제 △유전자(DNA) 분석 △복합인지기술을 활용한 과거 사진 변환·대조사업 등 다양한 제도를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평가다. 예컨대 지난달 말 기준 18세 미만 아동의 지문등록 비율은 68.1% 수준에 그친다. 지난 2015년(29.9%)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었지만 아직 10명 중 3명가량의 아동은 실종된다 하더라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은 보통 미아 방지를 위해 유치원 및 어린이집 등 영유아 교육·보육 기관과 협업해 지문등록을 진행한다. 때문에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부 가정, 특히 다문화 가정은 해당 제도를 잘 모르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사전지문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모의 자유 의사에만 기대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개인정보 침해 논란 등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찰의 담당 인력 부족도 미비점으로 꼽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실종 신고 접수 건수는 12만 3592건이다. 전국 실종수사팀 경찰은 780명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실종수사관이 1명이 휴일 없이 이틀에 한 사건을 다뤄야 한다.
‘전국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은 “실종아동 가족은 20년, 30년이 지나도 그 시간 속에 그대로 멈춰있다. 특히 장기실종 아동 문제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법적·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경찰이 실종아동을 찾는 과정에서 CCTV 영상 등을 제공받으려면 영장을 필수적으로 발부받아야 해 초동 대응을 늦춘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다행히 경찰청은 최근 실종아동법 개정을 통해 이같은 미비점을 개선했다. 법 개정으로 이달 27일부터 보호자로부터 실종아동 등 수색·수사 시 경찰관이 CCTV, 신용·교통카드, 진료일시·장소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종아동은 물론 지적·자폐·정신장애인 및 치매환자 수사 시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기존에는 영장 발부 절차로 인해 수사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영장을 아예 발부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어 적시성 있는 수색과 발견에 한계가 있었다.
또 경찰관서의 요청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제공받은 정보를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에 관한 처벌조항을 함께 신설해 개인정보도 더욱 엄격히 관리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법률상 미비점을 꾸준히 발굴하고 개선해 더 신속한 수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