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 부부싸움도 '아동학대'…경찰, 학대 판단지침 발간

부모·교사 등 참고용…아동학대 신고 3년새 75% 증가
정서적 학대·방치·억지로 음식물 먹게 하는 행위도 '학대'

이미지투데이


#1. A씨는 함께 버스를 타고 가던 3세 아이가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창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등 말을 듣지 않자 아이의 상의 부분을 잡아 거칠게 뒤로 당겨 앉혔다. 또 버스에서 하차하면서 손가락으로 아이의 이마 부위를 수회 튕겨 폭행했다.



#2. B씨는 아이의 종아리를 플라스틱 옷걸이로 2~3회 때렸다. B씨는 훈육 목적이라고 진술했지만 법원은 당시 신체적인 물리력의 행사가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3. 친모인 C씨는 아이가 잔인한 유튜브 방송을 보았다는 이유로 마늘 3~4개와 양파 반개를 억지로 먹게 했다. 법원은 훈육의 목적이더라도 해당 행위가 신체 및 정신 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친다고 인정했다.




위 A,B,C씨의 행동은 모두 명백한 아동학대 범죄로 인정 받아 실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처럼 다양한 아동 학대 사례를 포함한 '아동학대 판단 지침서'를 제작·배포해 학대와 훈육 간 모호한 경계로 인한 혼란을 덜고자 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경찰청 누리집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침서는 법원의 유무죄 판결과 검찰의 불송치, 경찰의 불입건 등 총 172건의 사례를 15가지 기준으로 분류하고 가정, 학교, 보육시설 영역으로 나눠 다양한 상황별 훈육·학대 판단 기준과 수사 착안 사항을 기술했다.


이번 지침서는 '정인이 사건'을 전후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관련 신고 건수도 급증한 데 따른 대응이다.


국수본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으나 구체적인 아동 훈육 범위에 관해 법이나 판례, 사회적 합의 등으로 정해진 것이 부족해 서이초 교사 사건 등 교권 하락 문제가 발생하고 부모의 일반적인 훈육 행위도 아동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수본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20년 1만 6149건에서 2023년 2만 8292건으로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처리 건수는 4538건에서 1만 554건으로, 집단 보육시설 아동학대는 571건에서 1394건으로 각각 133%, 144% 급증했다.


이에 국수본은 "아동을 양육·교육하거나 학대 행위를 수사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도움을 주고자 지침을 마련했다"면서 "교사와 부모의 훈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 행위를 방지하고 수사관들의 전문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수본은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사안마다 학대 행위에 대한 판단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지침서는 참고 목적으로만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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