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과목 섞어 융합 평가…"암기식 탈피를"

■ 베일 벗은 2028 수능 통합사회·과학
한 분야라도 모르면 난도 급상승
단순암기보다 정확한 개념 숙지
사회·과학 교과 두루 공부해야
사교육 의존도 되레 높아질수도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2027년에 치르게 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통합사회·통합과학 영역의 예시 문항들이 전격 공개됐다. 새 유형을 분석한 입시 업계 전문가들은 개념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이를 풀어내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는 2028학년도 수능에 적용되는 통합사회 14개, 통합과학 12개 등 총 26개의 예시문항이 게재돼 있다. 새 문항들은 학생의 ‘융합적 사고’를 평가하기 위해 사회·과학의 내용 요소나 성취 기준 여러 개를 하나의 문제에 녹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수험생들은 수능에서 사회·과학 탐구영역 17개 과목 가운데 최대 2개를 골라 시험을 봐왔는데, 2028학년도부터는 탐구 영역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모두 똑같은 문항으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예시문항을 살펴보면 통합사회 과목은 윤리·지리·역사·일반사회가 결합한 형태로 여러 영역에 대한 개념 이해를 한 번에 묻는 문항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사회현상에 관한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역량을 평가하는 문항, 자료에 나타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항 등이 제시됐다.


예시문항 중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의 지도와 여행일지를 제시하고 건조 기후의 영향을 받은 주거 문화와 이슬람교 창시로 인한 문화 변동에 대한 설명을 찾도록 구성됐다. 지리와 사회문화 교과의 내용을 동시에 묻는 내용이다. 통합사회는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통합사회1’, ‘통합사회2’에 근거해 사회과(지리·일반사회·역사)와 도덕과에 바탕을 둔다.


통합과학 과목은 과학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자연과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양한 영역의 지식에 근거해 과학적 주장을 펼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과 일상생활, 자연환경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과학적 개념을 적용하는 문항 등이 포함됐다.


예컨대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온·기압같은 기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지 묻거나 자유낙하를 하는 물체와 수평으로 던져진 물체의 운동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뒤 이를 해석하게 하는 식이다. 통합과학은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통합과학1’, ‘통합과학2’에 근거해 출제한다.


입시 업계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새롭게 바뀐 수능 유형에서는 단순 암기식 학습량을 늘리기보다는 개념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이를 풀어내는 연습을 하는 방향으로 학습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수험생들이 실제 수능을 공개된 예시문항보다 어렵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 단원이 융합해 출제되는 만큼 문제 난도 자체가 높아지진 않더라도 한 영역이라도 모를 경우 체감 난이도가 높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사회·과학 영역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문제가 쉽게 출제되면 변별력이 떨어진다”며 “출제당국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복수의 영역이 결합된 다양한 유형을 출제할 가능성이 높아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항 유형이 바뀌면서 사교육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택 과목에 집중해 탐구영역을 치르면 되는 현행 체제에 비해 사회·과학 교과를 두루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교육 당국 의도와 관계없이 학부모와 수험생은 교과 내용이 통합되면 새로운 유형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해진다”며 “그렇게 되면 선행 학습이 나타날 수 있고 결국 사교육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