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타 차 우승 이런 것보다는 그냥 우승한 것 자체가 기뻐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3년 차 마다솜(25·삼천리)은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에서 통산 2승째를 달성한 뒤 이렇게 말했다.
마다솜은 2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9개로 11언더파 6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은 그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노리던 동기생 윤이나(10언더파 2위)를 무려 9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우승 상금 2억 7000만 원을 거머쥔 그는 상금 48위에서 17위(4억 3362만 원)로 뛰어올랐다.
2000년대 이후 최다 타수 차 우승 타이기록(2012년 김효주, 2017년 이승현)인 9타 차 우승을 일궈냈지만 마다솜은 덤덤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우승 인터뷰에서 그는 “성격유형검사(MBTI)에서 사고형(T)이 87%가 나왔다. 그래서 9타 차 우승에 특별한 감정은 없다”면서 “다시 내 골프에 믿음이 생긴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마다솜은 만만치 않은 선수들을 상대로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선수는 이번 대회 전까지 올 시즌 1승과 준우승 세 번의 ‘장타 여왕’ 윤이나와 통산 5승을 모두 하반기에 거둔 ‘가을 여왕’ 김수지. 별명에 여왕 칭호가 붙은 두 선수와의 3파전에서 마다솜의 우승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마다솜은 내로라하는 추격자들을 다 물리치고 4번 홀(파5) 77야드 샷 이글을 포함해 11타를 줄이고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함께 경기한 선수들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마다솜은 “최종 라운드 경쟁자들을 솔직히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쓰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최대한 신경을 덜 쓰려고 노력했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사실 전반에는 정말 떨렸는데 샷이 좋아서 퍼트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나중에는 편하게 플레이했다”고 돌아봤다.
‘늦깎이 골퍼’인 마다솜은 캐나다 유학을 갔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방학 때 한국에 잠깐 들어와 우연히 찾은 골프장에서 흥미를 느꼈고 이민을 포기하고 골프를 시작했다. 대학 입학 후에는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프로 데뷔를 늦추고 3수 끝에 2020년에 국가대표가 됐다. “프로를 더 단단하게 준비하고 싶어서 늦게 데뷔했다”는 그는 “한국은 선수들이 은퇴를 조금 이른 시기에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늦게 데뷔한 만큼 늦게까지 치면서 롱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은 마다솜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는 “사실 올해 티샷이 너무 안 돼서 다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는데 이번 대회는 ‘나 자신을 믿고 쳐보자’하고 쳤더니 뜻밖의 우승이 찾아왔다”면서 “‘내 골프가 사라진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마다솜의 골프를 되찾았다”며 웃었다. 이어 “다음 대회인 메이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톱10에 드는 게 다음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