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주요 이슈인 이민 문제를 둘러싸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첨예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추방, 국경 폐쇄와 같은 강도 높은 이민 억제 정책을 약속한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마약 밀수 등 국경을 넘는 범죄 차단에 집중하며 인도적 접근을 강조했다.
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주요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위스콘신을, 우리나라를 이민자들의 대량 침략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연설한 위스콘신은 이달 초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가 미국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트럼프는 “(일부 이민자들은) 미국 국민을 겁탈하고, 약탈하고, 훔치고, 죽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괴물” “살인자” “사악한 짐승” 등 극단적 표현들을 대거 동원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범죄를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해리스는 우리 국경을 지워버린 데 대해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해리스는 거의 4년 동안 거기 있으면서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해리스에 대해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수위 높은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트럼프는 전날 미시간주 워커에서 벌인 유세에서도 “우리는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강도 높은 이민정책 비판은 해리스의 멕시코 접경 지역 방문을 전후해 나왔다. 해리스는 27일 애리조나주 더글러스를 찾아 “국경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고 5년간 재입국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 밀수범과 갱단 등을 차단하기 위한 인력 확충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다만 해리스는 “국경을 보호하는 것과 인도적 이민 시스템을 만드는 것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시각은 거부한다”며 “둘 다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합법적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없던 이들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현재 미국인들은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국경 보안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920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해 27일 공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의 96%, 해리스 지지자의 80%가 국경 보안 강화에 찬성했다. 다만 불법 이민자 추방에 대해서는 트럼프 지지자의 88%가 찬성한 반면 해리스 지지자는 27%만이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