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에 그치는 국방우주 기술…K방산 걸맞게 K스페이스 생태계 구축해야"

[국방우주 강국의 길] 본지·국방우주학회 등 공동주최
국방전용발사장 등 인프라 확충
위성서비스·탑재체 경쟁력 강화
기관끼리 공유 꺼려해 중복 연구
의사결정 효율화로 혼선 막아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국방우주학회·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와 이달 25~27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국국방우주학회’ 학술대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우주학회

우리나라는 ‘K방산’ 강국이지만 발사체·지상체·위성체 등 우주무기 체계 기술 수준은 세계 10위 수준에 그친다. 국가기술진흥연구소의 국방 과학기술 수준조사서(2021년)에 따르면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이 우주 무기 체계 기술에서 5강이고 독일, 인도, 이탈리아, 이스라엘이 6~9위이다. 우주잔해물 포획을 위한 전개형·로봇팔형 탑재체, 우주궤도 기동 실험위성, 저궤도 전술위성군 통신 시험위성 등의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방우주 분야의 경우 기관끼리 연구 내용 공개를 꺼리거나 중복 연구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우주전 능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다양성·창의성을 살리되 비효율성 제거가 숙제로 남아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국방우주학회·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와 25~27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국국방우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국방우주 발전을 위한 의견이 쏟아졌다. 최성훈 방위사업청 우주통신항법사업팀장은 “국방우주 사업에서 법 적용 혼선과 절차 중복을 피하기 위한 의사 결정 절차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며 “시험평가·납품·위성보험 등 사업 관리 절차의 보완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이어 “국방 전용 발사장과 조립·시험시설을 마련하고 우주 선진국의 70% 정도인 핵심 우주기술도 확보해야 한다”며 “국방첨단전문기업 지정 등 벤처 육성, K스페이스 수출 기반 조성도 주요 과제”라고 했다. 국방우주 틈새시장 개척을 위한 민군 협력·국제 협력 강화, 우주산업 소요 창출, 기업·연구기관의 의견 반영이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제언이다.




정부와 군은 내년 정찰위성(425사업)·위성통신체계, 2028년 해상작전 위성통신 체계, 2030년 초소형 위성 체계, 2035년 한국형 위성항법 체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전자광학 우주감시 체계, 폐 위성 잔해물 제거 우주비행체, 재사용 우주발사체, 위성 수명 연장용 우주비행체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규헌 방사청 우주지휘통신사업부장은 “국방우주 기술 개발 과제 수(올 79개)는 전체 국방 과제에서 7.3%이지만 개발비(1조 3795억 원)는 10.7%”라며 국방우주 비중 확대 의지를 나타냈다.


이날 방산·우주 기업들은 올드 스페이스에 기반한 뉴 스페이스 생태계 구축, 국방우주 서비스 활성화 등을 집중 제기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발사체 개발비의 90%(약 1000억 원)를 민간투자금으로 조달해 외국 기업에서 위성 발사 서비스 계약을 수주했다”며 “정부가 우주벤처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마중물 성격으로 발사 서비스를 구매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는 뉴 스페이스에 도전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을 갖춘 상태”라며 “정부가 올드 스페이스 부품 개발을 꾸준히 지원해 기업의 뉴 스페이스 시장 도전을 독려해야 한다”고 했다.


유영준 한화시스템 전무는 “정부기관이 자체 위성을 소유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기업에서 위성 서비스를 공급받는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은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공급하고 해외 진출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의 국방우주 개발비를 합리적으로 보전한다든지, 우주데이터 공동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며 생태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유 전무의 의견이다. 오승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 팀장은 “민군 발사체 공동 활용, 인프라·시험설비 민간 활용, 민관군의 해외·해상 발사장 공동 추진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군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발사서비스프로그램(LSP)처럼 기업에 수요를 창출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성환 한화시스템 전문위원은 “가까운 미래 우주공간에서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을 활용한 우주 전자전에 대비해 위성 등 우주시스템의 생존성 향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지상체에 대한 전자공격, GPS 재밍,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보안 기술 강화도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국방우주학회·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와 함께 26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마련힌 국방우주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제언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우주학회

최종진 LIG넥스원 미래전장사업부문장은 “군을 포함해 우주예산이 연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데 우주산업 측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발사체·위성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위성을 활용한 영상·신호수집·데이터·통신 등 소프트웨어 서비스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홍연 LIG넥스원 연구위원은 “우주산업에서 발사체·위성 제조 비중이 10% 수준인 데 비해 활용·지상장비 시장은 70%가량”이라며 “핀란드, 호주 등의 기업인을 만나면 미국·유럽의 큰 기업이 간과하는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상 융복합,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표적식별 등의 서비스를 예로 들며 방사청과 우주항공청이 독일처럼 합동 위성정보국가자료센터 같은 조직을 구축하면 경제·문화 등 다양한 K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지홍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융합기술원장은 “방사청의 K방산 원팀에 우주 부문도 포함해 마케팅·연구개발(R&D) 등 실질적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정부가 국방우주 사업 장려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국방우주 활성화 의지를 적극 나타냈다.


김경근 국방과학연구소 위성체계단장은 “캐나다가 우주팔 기술에 강점을 갖는 것처럼 우리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며 “방사청과 우주청이 국방우주를 개발할 때 기업이 상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박응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우주 무기 체계의 요구 성능과 시험평가 관리 체계가 매우 경직돼 있다”며 우주개발의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제도 개선, K스페이스의 색깔을 띤 기술 개발, 핵심 인력양성을 강조했다.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입체통신연구소장은 “관측·정찰 중심의 국방 관련 위성에서 통신위성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며 “올 5월 6G(6세대) 저궤도 통신위성 예비타당성 검토가 통과됐는데 민군 겸용 위성망 구축을 위해 망 분리와 비화 기술을 적용하고 표준 기반 위성통신 기술을 적용해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장헌 국방기술품질원 첨단미래기술센터장은 “우주 선진국은 정부의 우주부품 개발 사업에서 임무·환경·응용·수명을 고려한 위험관리와 비용 절감에 주안점을 둔다”며 민관군의 우주부품 양산·조달 혁신과 신속한 국방우주 표준 인증 체계 구축 등을 강조했다. 최영수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중령은 “우주교통 관리 능력 확충을 위한 법령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미국 우주군이 주도해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JCO 같은 국제 우주교통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국방우주 활성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도 거론됐다. 박인호 전 공군참모총장은 “특정 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외청인 우주청이 우주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산학연정의 유기적 협조를 강조했다. 안준석 예비역 육군 대장은 “과연 K스페이스를 위해 우주청 등 정부와 산학연이 같이 뛰는 것인지 느껴지지 않는다”며 국방우주의 골든타임을 역설했다. 김정수 전 해군참모총장은 “국방우주를 뉴 스페이스와 연결하기 위한 제도화, 인프라 구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덕수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기업도 정부 지원을 마중물로 생각하고 펌프질을 열심히 해 물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해외 포럼·학회 등에 적극 나가 교류를 늘려야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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