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존재감 드러낸 '전 UN대사' 조태열 외교장관

각국 외교장관 만나 "북 위협 맞서 연대 강화" 강조
안보리 체제 한계…장기 비상임 이사국 등 개혁도 언급
왕이 중국 외교부장 만나 한중 정상회담 공감대도

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9차 유엔 총회 고위급회기 참석을 계기로 전방위적인 외교 행보에 나섰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올 11월 페루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을 추진하는데 공감대를 모았고 유엔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북러 무기 거래로 불거진 안보리 체재 한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유엔 대한민국 대사 출신은 조 장관은 각국 외교 장관을 만나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커지는 한반도 안보 위기를 강조하며 협력과 연대 강화를 당부했다.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한 각국 외교 장관들과 잇달아 회담을 열고 국가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조 장관은 왕이 부장과 약 45분간 회담을 갖고 한반도 문제와 양자 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조 장관은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고위급교류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왕이 부장은 “내년 한국의 APEC 의장국 역할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경주 APEC 정상회의가 풍성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APEC 정상회의는 통상 한국의 대통령과 중국의 국가주석이 참석해왔다. 이 때문에 한중 외교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올 해와 내년 APEC 정상회의를 거론한 배경에 한중 정상회담 개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부쩍 가까워진 한중 관계도 이 같은 기대에 힘을 더하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외교부


조 장관은 유엔 총회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를 비판하고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국제분쟁 해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지원과 개발을 평화·안보 문제와 연계해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회서 한국정부 대표 자격으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서도 "한국은 다자주의 시스템에 대한 부채와 다자주의 시스템의 옹호자로서 성장하는 능력을 인식하며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전쟁 후 폐허만 남았던 한국이 유엔 원조를 기반으로 민주주의와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증거라며 "한국의 사례는 (다자주의에 대한) 마비된 패배주의에 대한 해독제"라고 역설했다.


조 장관은 유엔과 같은 다자주의의 회복을 위해 한국이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촉진자, 지속가능한 개발 및 기후변화 행동을 위한 후원자, 새로운 규범과 거버넌스를 위한 선도자가 되겠다고 세 가지 역할을 제시했다.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오남용으로 안보리가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더 효과적이고 민주적이며 책임 있는 안보리 걔혁을 위해 장기 연임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제안했다.


조 장관은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북·러 무기거래와 러시아의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임무 연장 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한편,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에 미사일과 수백만 발의 탄약을 제공하면서 북러간 군사협력을 하고 있다"며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창립국 중 하나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 불법 무기거래를 하는 것은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핵 개발 프로그램과 북한의 인권 탄압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북한은 주민들의 인권을 억압하고 배고픈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희소한 자원을 전용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비극에서 다자주의에 대한 냉소를 가장 암울한 형태로 발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 장관은 유엔 회원국 외교수장과 면담도 이어갔다. 그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2022년 11월 모하메드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 및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 등을 통해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도약했다고 평가하며 격상된 관계에 걸맞게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바트 뭉흐 바트체첵 몽골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양국이 자유·민주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전략적 동반자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해서 확대해나가기로 했으며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는 양국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협상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또 헤지스 오낭가 은디아예 가봉 외교장관,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교장관,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도 각각 회담을 갖고 양국 간의 관계와 실질 협력 방안, 지역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장관은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과의 오찬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 간의 협력과 연대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쿠바 외교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로 회담을 열어 상주공관 개설 추진 상황을 비롯한 양국관계 현안을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25일 밝혔다. 사진제공=외교부


지난 2월 수교한 쿠바 외교장관과도 수교 후 처음으로 회담을 가졌다. 조 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쿠바 외교부 장관은 상호 상주 공관 개설을 비롯해 개발협력, 경제, 인적교류, 문화·스포츠 등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양국은 연내 상대국에 상주 공관을 개설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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