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기업 팔아 부채 3분의 1 털어내…SK IET·엔펄스도 '제값 받기' 총력 [시그널]

SK스페셜티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 가속화
한앤코, SK그룹 계열사 7년간 7곳 인수

SK스페셜티. 사진 제공=SK스페셜티

SK(034730)㈜가 SK스페셜티 매각 대금으로 우선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의 부채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약 12조 4000억 원에 달한다. SK그룹은 이번에 SK스페셜티를 4조 3000억 원에 매각함으로써 부채 부담을 큰 폭 줄이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30일 “공개매각 전만 해도 SK스페셜티의 매각가는 3조 원 안팎이 거론됐지만 효성화학 특수가스 부문의 매각이 흥행하며 SK 측 눈높이가 5조 원까지 높아졌던 것으로 안다”며 “치열한 협상 끝에 4조 3000억 원으로 최종 타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스페셜티가 제값 받기에 성공한 배경에는 안정적인 실적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페셜티는 지난해 매출 6817억 원, 영업이익 1471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실적의 경우 등락은 있지만 매출 6000억~80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2200억 원 사이를 오가며 탄탄한 현금 창출력을 자랑한다.


한앤컴퍼니(한앤코)는 SK스페셜티 인수로 기관투자가(LP)에 ‘SK그룹은 한앤코가 꽉 잡고 있다’는 인식을 남기게 됐다. 이번 거래로 한앤코는 SK그룹 계열사를 최근 7년간 7곳이나 인수하게 됐다. 올해 초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문(솔믹스), SKC 산업소재사업부(SK마이크로웍스),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사업부(SK에코프라임), SK해운(경영권 지분 71%), SK디앤디(대주주 지분 27.5%), SK엔카 직영사업부(케이카) 등을 품었다.


SK스페셜티 매각으로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앞서 SK그룹은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 지분 100%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 원에 매각하고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미국 어센드엘리먼츠 지분 7.7%를 SKS프라이빗에쿼티에 1316억 원에 처분했다.


9월에는 SK그룹이 보유한 베트남 유통 기업 마산그룹의 자회사 원커머스 지분 7.1%를 2700억 원에 매각했다. 계열사 통폐합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11월 1일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예고돼 있다.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이 성과를 내며 연초 716개에 달했던 SK그룹 종속사는 6월 말 기준 667개까지 줄었다.





올해 남은 기간 SK그룹은 매물로 내놓은 계열사 제값 받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분리막 제조 계열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의 매각 작업이 한창이다. 복수 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배포한 단계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 IET 지분 61.2% 중 일부를 매각할 예정이다. SK IET의 시가총액은 2조 5000억 원을 오르내린다.


SKC의 SK엔펄스 매각 작업도 한창이다. 앞서 SKC는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사업부를 약 3600억 원에 PEF 운용사 한앤코에 매각한 바 있다. 파인세라믹은 반도체 소재로 쓰이는 세라믹에 고순도 무기화합물을 더해 내구성을 높인 소재다. 이번 매각 대상은 남아 있는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사업부와 블랭크마스크(Blank Mask)사업부다. 한앤코가 인수 주체로 나설지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 외에도 SK그룹에서는 IB 업계의 리밸런싱 제안을 폭넓게 받아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에서 높은 값에 팔릴 만한 알짜 회사는 대부분 나온 만큼 실제 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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