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박닌성 옌퐁 산업단지 내 LS일렉트릭 공장. 27일 찾은 이곳에는 배전반 기기를 구성하는 각종 부품들이 최종 조립을 기다리며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부품들을 담기 위한 패널 도장과 그라인딩 과정도 한참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 제품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두산에너빌리티·LG이노텍 등 국내 기업들의 사업 현장으로 수송될 예정이다. 최종 행선지도 베트남 꽝짝발전소와 하이퐁 산업단지 등 현지 사업장을 비롯해 카자흐스탄에 있는 발전소까지 다양했다.
LS일렉트릭은 박닌 사업장에서 스위치 기어, 전력 전환기 등 다양한 배전반 솔루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배전반은 전체 전력 계통을 컨트롤하고 전기의 배분과 개폐·계량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산업에서 전류의 흐름을 관장하는 ‘심장’ 역할을 수행한다.
LS일렉트릭은 1990년대 중반 국내 전력 기업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후 2022년 2000만 달러(약 261억 원)를 투자해 박닌 사업장으로 공장을 이전 증설했다. 베트남 산업구조가 방직과 섬유 등 노동 집약 산업 중심에서 전자와 석유화학을 비롯한 제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등 하이엔드 배전반 솔루션 제품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베트남 저압 전력 기기 시장에서 점유율 35%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엔드 제품군을 확장해 수익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지난해 하노이에 들어선 롯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경우 전력 솔루션 공급 과정에서 이러한 강점을 내세워 독일 슈나이더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도 했다. 올해 LS일렉트릭 베트남 법인의 배전반 시스템 매출은 2020년 대비 3배가량 성장하고 전체 매출 규모도 최초로 1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홍순몽 LS일렉트릭 박닌공장장은 “발전소와 대기업 산업단지 등에 들어가는 하이엔드 배전반 제품에 대해서는 로컬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으로 기술력 우위를 갖고 있다”며 “저압부터 초고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시리즈화해서 고객의 여러 가지 요구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LS일렉트릭은 베트남 사업장의 역할을 동남아시아 권역 사업을 아우르는 영업·엔지니어링 거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전반 제품 특성상 공정이 복잡하지 않고 조립 위주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베트남에서 물량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조립 공정에 들어가는 현지 인건비는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최근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발걸음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사업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홍 공장장은 “지금까지는 베트남 외투기업 위주로 사업해왔다면 앞으로는 동남아에 공급되는 모든 제품과 솔루션을 아우를 수 있는 공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수년 내에 독자적인 연구개발(R&D)까지 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고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