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 회사 에픽게임즈가 미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삼성전자와 구글이 자사 앱 마켓 바깥에서 내려받은 냅 설치를 방해하고 있다고 소송을 예고했다. 즉 삼성이 스마트폰에 ‘보안 위험 자동 차단(오토블로커)’ 기능을 기본으로 활성화하도록 업데이트하면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삼성 기기에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가 됐다는 것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3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미국 연방법원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픽게임즈는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에 오토블로커 기능의 해제를 요구할 예정이다. 오토블로커는 기기 보안을 위해 외부 앱 설치를 막는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오토블로커를 기본 활성화 기능으로 변경했다. 이용자가 앱 마켓이 아닌 곳에서 앱을 내려받아 설치하려면 이 기능을 꺼야 한다는 뜻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삼성 갤럭시 스토어는 현재 에픽게임즈 스토어, 원스토어 등 외부 앱 마켓의 입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도 구글과의 인앱 결제 분쟁으로 구글 플레이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이런 이유 탓에 이용자가 에픽게임즈의 앱을 사용하려면 활성화된 오토블로커 기능을 해제한 뒤 공식 홈페이지에서 APK 파일을 내려받아 설치해야 했다.
에픽게임즈는 오토블로커로 인해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가 에픽게임즈의 앱 마켓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설치하는 절차가 18단계에서 21단계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스위니 대표는 "삼성은 오토블로커가 사용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경쟁 스토어인 구글 플레이, 갤럭시 스토어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나 애플 맥OS(MacOS)의 경우 실제로 유해한 소프트웨어만 차단하지, 외부에서 설치한 앱 자체를 막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에픽게임즈는 구글과 삼성이 앱 마켓 경쟁을 막고자 공모했다면서 그 근거로 미국 법원에서 수수료를 둘러싸고 진행된 구글과의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나온 증거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스위니 대표는 구글과 삼성이 2020년 체결한 수익 배분 계약을 언급하며 "구글은 여러 방법을 통해 기기 제조사나 통신사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경쟁하지 않도록 돈을 지불해왔고, 삼성에 80억 달러를 지불한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로 오토블로커 기능이 도입됐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이번에 예고한 소송이 "공정한 경쟁 환경과 개발자들이 더 나은 계약을 맺을 조건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구글과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한 바 있다. 게임 이용자들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데, 에픽게임즈가 수수료를 피할 수 있는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자 이들 앱마켓에서 퇴출됐다는 것이 에픽게임즈의 주장이다. 에픽게임즈는 이들 스토어가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경쟁을 제한한다고 주장하며 2020년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의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왔는데 법원은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구글의 경우 구글이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한 ‘프로젝트 허그’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재판부가 시장 경쟁에 어긋나는 행위로 봤다. 프로젝트 허그란 구글 플레이를 쓰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작사, 앱 및 게임 개발자에게 구글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정책이다.
삼성은 에픽게임즈가 전제부터 잘못된 주장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토블로커는 기본으로 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제품 구매 후 초기 설정 단계에서 고객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위해 사용자가 설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게임게임즈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