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전 세계 첫 전기차(EV) 공장인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가 협력 업체들과 공급망을 완성하고 10월 공식 양산에 돌입한다. HMGMA를 중심을 둘러싼 17개의 국내외 협력사들은 기존 투자계획보다 60% 이상 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손을 잡은 현대차그룹이 HMGMA를 앞세워 미국 EV 시장 1위 테슬라를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조지아주정부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HMGMA는 엔지니어와 설비, 공급망 준비를 모두 마치고 이달부터 EV 아이오닉5 양산에 들어간다. 조지아주정부도 지난 달 말 공식 홈페이지에 HMGMA와 협력을 위한 17개 업체가 11개 카운티에서 약 27억(약 3조 5200억 원)를 투자했다고 공지했다. 당초 알려진 투자금액보다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HMGMA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860명 넘는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메타프로라고 불리는 이들 엔지니어들은 프레스·차체·조립·도장 등 생산을 담당한다. HMGMA는 생산 뿐만 아니라 인사와 품질관리·구매·노무 등의 생산을 위한 인력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협력업체들과 부품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10월 양산 계획이 더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10월부터 양산에 돌입하고 내년 3월 공식 준공식을 열 계획이다.
신설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EV 판매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EV 시장에서 지난 7월 말 기준 점유율 10%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미국 자동차 공룡인 포드(7.4%)보다 앞서있다. 이 와중에 굳건한 1위를 지키던 테슬라(49.7%)는 점유율 50%가 무너지며 전체 시장 판도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현지 생산하는 현대차가 약 1000만 원의 세제 혜택까지 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테슬라 천하’이던 미국 EV 시장의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
메타플랜트의 양산 돌입으로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GM과의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달 1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제네시스하우스에서 메리 바라 미국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차량 공동 개발과 공동 생산, EV 분야의 핵심 배터리 분야 협력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OEM)들이 워낙 종횡으로 엮는 게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 경쟁력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 회사가 공동 연구개발(R&D)과 같은 기술 협력에서 나아가 생산까지 공유할 여지도 남긴 셈이다.
업계는 GM이 현대차와 협력을 통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쳐진 EV 분야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플랜트가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이 GM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초대형 SUV와 픽업트럭 분야에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협력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6월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 지역에 전동화사업 법인을 신설했다. 현대모비스는 이 곳에서 전동화의 핵심 제품인 배터리시스템(BSA)과 전기동력계시스템(PE)을 공급한다. 공교롭게도 현대모비스 털리도 법인은 미국 GM이 쉐보레 실버라도 EV·GMC 허머 EVs·GMC 시레아 EV를 위한 구동계 부품 공장이 있는 곳이다. 메타플랜트는 EV 약 30만 대의 생산이 가능한 구조다. GM의 협력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