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사과·배·배추 등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불안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해외 농업 개발 활성화를 대안으로 꺼내들었다. 하지만 민간의 해외 농업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 예산은 삭감해 비상시 농축산물 수급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 산업 해외 진출 지원 사업 예산은 지난해 110억 원에서 올해 97억 원, 내년 88억 3500만 원으로 2년 연속 삭감됐다. 이 사업은 융자·컨설팅 등을 통해 국내 농업 기업의 해외 진출 및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비상 시 해외 농업 자원을 반입해 농축산물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시행됐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병충해가 발생해 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 미국 내 밀 재배를 하는 우리 기업과 협력해 국내 부족분을 수입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해외 농업 개발은 현재 밀·콩·옥수수 등 곡물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과, 고랭지 배추 등 이상고온에 따라 재배 적지가 달라지고 있는 작물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 설명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역시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해외에 재배 적지가 있다면 우리 농가와 기업이 해외에 가서 농사를 지어 국내 상황이 괜찮을 때는 해외에서 팔고 유사시 반입해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관련 사업 예산은 2014년 328억 원에서 2015년 167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고 이후 2019년 151억 원에서 2020년 74억 원으로 다시 급감했다. 2021년에는 94억 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내년 예산안은 다시 90억 원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다. 농식품 산업 해외 진출 지원을 통한 해외 곡물 국내 반입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에 포함되기도 했는데 정작 예산은 줄어든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농식품부는 지난해 해외 농업 자원 생산·유통량 실적 목표치를 224만 2000톤으로 계획했는데 실제 실적은 목표치의 74.8%인 167만 8000톤에 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농업 진출국을 다변화해 이상기후로 국내 생육 상황이 불안정한 과일·채소 등에 대한 수급 불안에 시급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의 한 경제 전문가는 “이상기후로 인한 소비자 물가 충격을 줄이려면 공급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며 “국외 물량에 대한 수입을 늘리기 어렵다면 농식품 산업 해외 진출을 통해 국내 수급을 안정화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