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중인 비행기 조종실에 객실 사무장의 가족이 출입해 내부를 구경하는 일이 벌어진 가운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항공 보안 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 6월 비인가자 조종실 출입 사고가 발생한 진에어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사고는 지난 3월 1일 베트남 다낭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LJ070편 항공기에서 일어났다. 이륙한지 약 1시간 10분이 지난 뒤 화장실을 다녀 온 기장은 객실 사무장과 마주쳤다. 이때 기장은 사무장 가족의 조종실 출입을 승낙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무장은 객석에서 유치원생 딸과 남편을 데려온 뒤 인터폰을 통해 기장에게 연락했다. 기장은 잠금장치를 해제해 이들의 출입을 허용했다. 당시 사무장 가족은 3∼5분 조종실 내부를 구경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익명의 제보자가 관련 민원을 접수하며 드러났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조사에서 기장과 사무장은 비인가자의 조종실 출입이 불가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이들은 사무장의 딸이 어린 만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항공운송 사업자는 기내 보안 유지를 위해 조종실 출입 절차 및 비인가자의 침입 방지 조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진에어도 조종실 출입이 허가된 자를 제외하고 누구도 출입해선 안 된다고 자체 보안 계획에 규정하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진에어가 조종실 출입 통제를 소홀히 하고 보안 계획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과태료 500만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임의로 가족을 조종실에 출입하게 한 기장 및 사무장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며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국토부에 건의했다.